[취재N팩트] 커지는 사기 의혹...보물선 투자자 '울상'

[취재N팩트] 커지는 사기 의혹...보물선 투자자 '울상'

2018.08.02.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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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보물선 소동은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사기 의혹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데요.

이 사안을 집중 취재하고 있는 박서경 기자와 취재N팩트에서 자세히 짚어봅니다. 박서경 기자!

어제 투자자를 직접 만났다고요?

뭐라고 하던가요?

[기자]
어제 투자자 58살 김 모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김 씨는 보물선과 연계된 가상화폐 신일 골드코인 500만 원어치를 구매했는데요.

지난 5월과 6월 세 차례에 걸쳐 신일그룹 전 대표 유명기 씨 개인 계좌로 입금했습니다.

SNS로 안내를 받았는데 150조 원짜리 금괴가 실린 돈스코이호를 인양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믿은 겁니다.

40원에서 120원 정도의 코인 하나를 샀는데 이게 나중에 만 원까지 오른다고 했으니 100배는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건데요.

돈을 입금하면 두세 시간 후에 홈페이지에 코인이 들어왔고 지인 추천을 할 때마다 무료 코인도 생겼다고 합니다.

투자자 김 씨의 말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투자자 김 모 씨 : 실물을 담보로 한 세계 최초 가상화폐래서 희망을 가지고 믿었었죠. 두세 시간 만에 코인이 들어오더라고요. 실체는 없죠. 그냥 인터넷상에…]

투자금이 커지자 기 씨는 이사로 불리기 시작했고 순금 배지와 명함 그리고 이사 임명장까지 집으로 배달됐다고 합니다.

언론 보도를 보고 사기가 의심되자 경찰서에 이제서야 고소를 한 건데요.

수사팀이 꾸려진 강서경찰서에서 집중 조사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사건은 피해자들이 잘 나서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박서경 기자가 만난 이 투자자가 사기를 의심하고 나서게 된이유가 있다고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다들 인양되면 투자금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김 씨 같은 경우는 언론보도를 통해 의혹이 불거지자 유병기 전 신일그룹 대표의 계좌로 자신이 송금했던 게 생각나서 의심을 품게 됐다고 합니다.

유 전 대표는 지난달 초 사기 혐의로 법정 구속된 상태인데요.

YTN이 접촉한 투자자 대부분 유 전 대표 개인 계좌로 송금했다고 밝혔습니다.

나름 직급이 높은 투자자들도 회사의 실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투자자들의 말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투자자 A 씨 : 대표라던데. (유병기 씨요?) 네. (유병기 씨 통장으로 보내신 거예요?) 네.]

[투자자 B 씨 : 애초부터 저 포함 모든 회원들이 그분 유병기 씨 이름으로 입금한 상황이고….]

[앵커]
명색이 그래도 투자금인데 법인 계좌가 아니라 회사 대표 개인 계좌로 보낸다는 거부터가 좀 비상식적이지 않습니까?

[기자]
이게 투자금을 코인으로 지급한 건데 사실상 게임머니나 싸이월드 도토리 같은 개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변에 소개를 하고 직급이 올라가면 코인을 무료로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인증받지 않은 이런 가상화폐 투자금을 대표 개인 계좌로 받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단계 사기나 유사수신 가능성까지 제기했습니다.

개인계좌로 투자금을 요구할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한 번쯤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범행이 걸렸을 때 대표 개인의 일탈로 미루는, 즉 꼬리자르기를 위한 책임 회피 수법일 수 있다는 건데요.

사기 가능성이 짙은데 구제될지도 지금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의혹이 짙어지자 일부 투자자들은 환불 요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기다리라는 말만 들어야 했습니다.

한 투자자의 경우는 환불을 요청했더니 현금 대신 많은 양의 코인을 대신 받았다며 허탈해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많지는 않지만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그래도 경찰 수사는 조금씩 탄력이 붙고 있다고요?

[기자]
경찰은 강서경찰서에 변호사와 경감을 포함해 10명을 투입해 수사팀을 꾸렸습니다.

신일그룹에서 이름을 바꾼 신일해양기술 최용석 대표 출국금지에 이어 베트남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유지범 전 싱가포르 신일그룹 회장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습니다.

유지범 전 회장은 사실상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찰수사는 처음에는 인양 경쟁업체가 사기 미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는데요.

직접적인 고소인들이 등장하면서 이제 수사가 숨통을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제까지 3명의 피해자가 등장했는데요.

피해진술을 받은 만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돌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투자자들은 돈스코이호 인양만 되면거금을 벌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데요.

좀 확실한 사기 정황이다, 이렇게 볼 수 있을 만한 정황들이 있습니까?

[기자]
일단 어제 싱가포르 신일그룹 측은 상장을 원래 절채대로 그대로 준비하고 있고 또 원한다면 환불 조치도 취하겠다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그래서 아직 투자자들은 반신반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로 인양돼서 150조 금괴가 발굴된다면 아직 사기로 보기 힘든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경찰은 신일그룹의 최초 발견, 첫 발견 주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신일그룹이 발견했다는 돈스코이호는 지난 2003년, 15년 전인데 동아건설과 함께 해양과학기술원이 이미 발견했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당시 내용이 기록된 사진과 영상이 있고 또 국내외 학술지에도 게재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신일그룹이 최초 발견을 다시 주장한 건데요.

과거 과기원 자료는 거짓이고 다른 침몰선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둘 중 누군가는 사실이 아닌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 잘못된 정보로 투자자를 속여 돈을 벌었거나 돈을 벌려고 했다면 사기나 사기 미수죄가 성립되고 또 최초가 아닌 걸 알면서도 돈을 벌려고 투자자를 속였다면 사기미수죄가 성립되는 만큼 경찰은 촌각을 다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박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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