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유족에 국가배상...부실수사 인정

'이태원 살인사건' 유족에 국가배상...부실수사 인정

2018.07.26. 오후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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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997년 발생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유족이 부실한 수사로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는데 법원이 국가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유족 측은 그동안 아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었다며, 힘없는 국민이 억울하지 않도록 법이 바로 섰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신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997년 4월, 당시 22살이던 조중필 씨는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검찰은 현장에 있던 에드워드 건 리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함께 있던 아더 존 패터슨은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인정됐지만 1년도 안 돼 사면받았고, 검찰이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도주했습니다.

뒤늦게 재수사를 통해 진범 패터슨이 죗값을 치르게 됐지만, 이미 20년이나 흐른 뒤였습니다.

지난해 유족 측은 검찰의 부실수사로 고통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반년이 넘는 재판 끝에 법원은 국가가 유족에게 위자료 3억6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검찰이 수사의 기본 원칙을 어기고 합리적 근거도 없이 불기소 처리했다며, 유족들이 겪었을 정신적·육체적 피해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지난 2006년 검찰이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은 점에 대해 국가의 3천만 원 배상 책임을 인정한 부분은 중복되지 않도록 제외했습니다.

선고를 들은 유족은 긴 세월 동안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며 여전히 막막함을 호소했습니다.

[이복수 / 故 조중필 씨 어머니 : 어떻게든 중필이 한을 풀어줘야겠다. 그 생각만으로 노후대책이고 뭐고 아까울 것도 없이 집도 팔고, 딸들도 정신적 피해를 입고….]

또 그동안 아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었다면서 힘없는 국민을 위해 법이 바로 섰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복수 / 故 조중필 씨 어머니 : 힘없는 사람은 진짜 힘들어요. 바윗돌에 달걀 던지기였어요, 우리는.]

YTN 신지원[jiwon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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