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39] 예비부부 울리는 '스드메', 가격 공개 안 되나요?

[해보니 시리즈 39] 예비부부 울리는 '스드메', 가격 공개 안 되나요?

2018.07.21.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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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39] 예비부부 울리는 '스드메', 가격 공개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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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얼마 전 결혼식을 끝냈다. 결혼은 또 처음이라 그야말로 무지한 상태로 준비하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멘붕'에 빠졌다. 가전이며 가구, 웨딩홀까지 수백만 원을 한꺼번에 쓰는 것도 손이 떨렸다.

특히 결혼 전 필수 코스처럼 되어버린 '스드메' 준비는 난관이었다. '간소하게 하자'던 처음 생각과 달리, 결혼 시장에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가 '스드메'라는 패키지로 하나의 세트처럼 나와 있었다.

조금이라도 합리적이고 취향에 맞는 업체를 고르려 블로그와 SNS 후기를 살펴봤지만 수백 개의 업체를 다 보는 것은 무리였다. 꼼꼼히 읽은 블로그 후기가 알고 보니 광고인 경우도 허다했다.

결과적으로는 인터넷상으로 정확한 '스드메' 가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친절한 예비부부들이 결혼 동지와 후배들을 위해 블로그, 온라인 카페를 통해 공유한 견적과 후기가 전부였다. 온라인 결혼 준비 카페에서도 견적 공개는 쉬쉬하는 분위기였고, 대부분 비밀 댓글이나 쪽지를 통해 정보가 오갔다.

'스드메' 패키지 자체가 정찰제가 아니어서 같은 업체를 이용하더라도 개개인이 받은 견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할인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업체마다 다르고 플래너마다 다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는 아이러니. 그래서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 왜 이렇게 '스드메' 가격이 투명하지 않을까.

[해보니 시리즈 39] 예비부부 울리는 '스드메', 가격 공개 안 되나요?

(▲ '총금액'만 표시된 계약서 일부)

고민 끝에 시간과 돈을 절약하기 위해 결혼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맺고 플래너와 함께 '스드메' 패키지를 준비하기로 했다. 예단, 예물, 폐백, 이바지 등 많은 절차를 생략했지만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선 결혼 컨설팅 업체 두 곳을 방문해 플래너와 상담했다. 두 곳 모두 원하는 견적과 취향을 물은 뒤 연계된 업체들을 몇 개 추려 추천했다. 각각 스튜디오 업체 10개에 드레스 업체 5개 정도, 메이크업 업체는 1~2곳을 소개했다.

문제는 컨설팅 업체 측에서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각 업체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세 곳의 합산 가격만 알려준다는 점이었다. 이 가격 안에는 물론 컨설팅 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포함되어 있다.

한 결혼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를 기존 가격보다 30~50% 할인된 금액으로 제공하는 대신, 각 업체의 금액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할인된 금액이 노출될 경우 컨설팅 업체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들과 '스드메' 업체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패키지로 묶어서 안내된다는 것이었다.

가령 '스드메' 패키지가 300만 원이라면, 스튜디오와 드레스 메이크업에 각각 얼마가 들었는지는 소비자가 알 수 없다. 적지 않은 돈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모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플래너 없이 개인이 직접 발품을 팔아 스튜디오와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와 계약하려고 하면 할인율이 낮다.

실제 같은 '스드메' 업체에 웨딩컨설팅 업체를 통해 물었을 때와 개인으로 문의했을 때 견적은 대략 150~200만 원가량 차이 났다. 사실 개인으로 견적을 문의하는 것 역시 유선상으로는 정확한 금액을 알기 어렵고 직접 방문을 원하는 업체가 많았다.

결국 바쁜 예비부부들이 가격과 시간 면에서 효율적인 결혼 컨설팅 업체를 선택해 결혼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보니 시리즈 39] 예비부부 울리는 '스드메', 가격 공개 안 되나요?

한국소비자원에 '스드메' 항목별 단가를 소비자가 알 수 없는 상황을 문의한 결과 "결혼 컨설팅 업체가 '스드메' 세부 항목을 밝혀줘야 한다고 명시된 조항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결혼 컨설팅 업체 환불 사례는 있지만, 처음부터 가격을 세부적으로 명시해줘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문제를 해결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법적 제재 근거가 없어 예비부부들은 웨딩 컨설팅 업체와 '스드메' 업체 간의 비밀계약 내용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알 길이 없다.

기쁘게 준비해야 하는 결혼인데,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관행 혹은 불문율 때문에 생기는 예비부부들의 의심과 오해는 결국 웨딩 시장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많은 예비부부가 결혼 컨설팅 업체와 '스드메' 업체들에 정찰제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찰제가 정착되면 예비부부들 역시 자신이 이용할 '스드메' 견적을 투명하게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래너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한다는 마음으로 결혼 준비에 임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인 예비부부들의 결혼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결국엔 그들과 직접 대면하는 플래너 개개인의 고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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