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잇따른 영장 기각에 검찰 "의도있나" 법원 "근거없어"

[취재N팩트] 잇따른 영장 기각에 검찰 "의도있나" 법원 "근거없어"

2018.07.06. 오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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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노조 와해 관련 수사에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는 가운데, 검찰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법원은 근거 없는 추측이라며 일축했지만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양일혁 기자!

검찰의 강한 반발,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기자]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 기각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자금을 받아 어용 노총을 만들고 운영비까지 지원한 의혹을 받습니다.

검찰은 이 전 장관에 대해 국고를 손실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구속까지 하기엔 검찰 수사 결과가 부족하다며 그제 밤 기각했습니다.

기각 직후 검찰은 이례적으로 장문의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 전 장관이 사건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국정원 자금을 요구했고, 실제 국정원 자금이 불법으로 건네진 사실 등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인정됐는데도 기각된 사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법원의 노조 관련 사건에 대한 영장 기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기자]
대표적으로 삼성 노조와해 의혹 사건이 있는데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와해시키는데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입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그동안 청구한 구속 영장이 13건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11건이 기각됐습니다.

수사하는 검찰 입장에서 보면 노조 와해와 관련된 윗선 수사에 차질이 빚어진 셈입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법원 결정에 반발하는 입장을 내면서 이와 관련된 내용도 언급했는데요.

검찰은 "상대적으로 휠씬 적은 금액의 국고손실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도 실형이 선고되고 법정구속 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최근 노조와 관련된 공작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 뭔가 다른 기준과 의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심히 우려된다고 반발했습니다.

[앵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검찰이 '의도가 의심된다'고 언급했는데, 이에 대해 법원도 유감을 표시했죠?

[기자]
검찰의 반발에 법원도 어제 입장을 내놨는데요.

공정한 결과였다는 주장입니다.

법원 관계자는 "법리와 소명자료를 기초로 기록을 검토하고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공정하고 신중하게 구속영장 재판을 수행 중이며, 다른 어떠한 고려사항도 있을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개별 사건 영장재판 결과에 대해 '뭔가 다른 기준과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라고 표현하면서 영장에 대한 불만과 근거 없는 추측을 밝히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심히 유감스럽다"고 답변했습니다.

검찰과 법원 사이에 벌어진 이번 신경전은 마침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와도 시점이 맞물려 있는 상황인데요,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법원을 수사하는 초유의 상황인 만큼, 양측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오늘 새벽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는데, 기각 사유가 뭐였습니까?

[기자]
조양호 회장은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검찰은 조 회장이 피해자와 합의할 수 없는 경제범죄를 저질렀고, 혐의가 무거운 만큼 영장 발부를 자신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피의 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조 회장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한진 총수 일가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건 이번이 벌써 네 번째입니다.

앞서 '물벼락 갑질'로 파문을 일으켰던 조현민 전 전무는 피해자들과 합의해 구속 위기를 피했고,

이명희 전 이사장도 '공사장 폭행'과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각각 영장이 청구됐지만 번번이 기각됐습니다.

검찰은 기각 사유를 자세히 분석한 뒤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심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YTN 양일혁[hyuk@ytn.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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