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 된 9년의 기다림"...쌍용차 해고자의 30번째 죽음

"절망이 된 9년의 기다림"...쌍용차 해고자의 30번째 죽음

2018.06.29. 오후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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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7일 숨진 40대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영결식이 치러졌습니다.

지난 2009년 대량 해고 사태 이후 벌써 서른 명이 숨졌지만, 문제 해결은 멀기만 합니다.

이경국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빈소를 나서는 영정 사진 뒤로 유가족과 동료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일터.

해고노동자 48살 김 모 씨는 세상을 떠난 뒤에야 겨우 그 앞에 섰습니다.

"너희가 죽였잖아. 너희가 희망 고문했잖아."

김 씨는 지난 27일, "미안하고, 고맙다"는 메시지만 남긴 채 경기 평택의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노모를 포함해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던 한 가장, 그리고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서른 번째 죽음이었습니다.

[김선동 / 쌍용차 해고 노동자 : 새벽 6시까지 서울 인근에 있는 대리점들에 화장품을 납품하고, (낮에는) 일용직 건설 일을 수시로 다니면서…. (살던 집이) 재개발로 인해서 조만간 이사해야 할 것 같다.]

지난 2009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노동자들은 공장 굴뚝과 고압 송전탑에 오르며 목숨 건 싸움을 이어왔습니다.

회사는 2017년 상반기까지 완전 복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간 것은 45명뿐, 120명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 모 씨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 다섯 명이 필요하면 열 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희망을 안고 열 명이 면접을 보면 다섯 명은 다시 절망으로 떨어지고….]

해고가 적법하다며 이들의 발목을 잡았던 대법원의 판결이 최근 '재판거래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좌절은 극에 달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끊이지 않지만, 쌍용차 측은, 잇단 적자로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모두를 당장 복직시키는 것은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구체적인 복직 계획이 오갔던 이달 초 협상까지 결렬되면서, 해고자들의 기나긴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득중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 : 이 죽음의 문제는 멈추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큽니다. 죽음을 멈춰달라는 얘기를 끊임없이 해 나갈 생각이고요.]

YTN 이경국[leekk0428@ytn.co 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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