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MB의 비꼬기?

[취재N팩트]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MB의 비꼬기?

2018.05.24. 오전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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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상은 했지만 어제 첫 정식재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하는 혐의를 줄곧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판이 끝날 때는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며 검찰을 향한 불만의 표현을 방청석까지 들리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김평정 기자!

어제 재판은 이 전 대통령의 일관된 혐의 부인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죠?

[기자]
재판이 끝나고 나가면서 이 전 대통령이 한 말에 본인의 심경이 함축돼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오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네요, 나도 모르는"이라고 말했습니다.

얼핏 혼잣말 같아 보이지만 방청석에서도 비교적 선명하게 들릴 크기의 목소리였는데요.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지길 바란 측면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새로운 사실', '나도 몰랐던 사실' 이 전 대통령의 이런 단어 선택을 보면 '사실이 아니다'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대상은 검찰이 제시한 혐의겠고요.

결국 어제 재판 내내 검찰 측의 주장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온 것을 끝나고 나가면서도 압축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재판 도중에도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에게 귓속말로 "사실이 아니다"란 말을 계속 했다고요?

[기자]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 강훈 변호사가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에 밝힌 내용입니다.

이 전 대통령이 재판 중간중간 변호인에게 귓속말로 의견을 전달했는데, 이때 "이거 아닌데, 이거 거짓말인데"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거짓말이란 대상은 당연히 검찰이 제시한 혐의겠고요.

검찰이 제시한 다스 실소유, 삼성 비자금 대납, 횡령과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한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앵커]
이 전 대통령은 어제 수갑과 포승줄을 하지 않은 모습이어서 또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요?

[기자]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올 때 수갑과 포승줄 없이 왔습니다.

1년 전 박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찼던 모습과는 대비되는 모습인데요.

올해 4월 2일 개정된 법률은 구치소장의 판단에 따라 수갑과 포승줄 없이 재판에 참석할 수 있게 했기 때문입니다.

전직 대통령이란 점과 고령에 건강상태를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옷차림은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과 마찬가지로 이 전 대통령도 사복을 입었는데 검은 정장에 흰색 셔츠 차림이었습니다.

[앵커]
이 전 대통령이 재판 초반에 직접 입을 열었던 12분 길이의 '모두 진술'에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죠?

[기자]
12분 분량의 '모두 진술'은 세 갈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다스는 형님 회사다", 둘째 "삼성 뇌물 주장은 모욕적이고 사실이 아니다", 셋째 "따라서 검찰의 기소는 무리한 일이었다" 입니다.

본인이 실소유주란 의혹을 받는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는 형님과 처남이 설립한 회사란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는데요.

가족 간에 소유권 분쟁이 전혀 없었는데, 본인이 실소유주였다면 분쟁이 있지 않았겠냐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이런 회사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반문했습니다.

또 정경유착을 없앤 대통령이 본인인데 이건희 회장 사면을 대가로 삼성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검찰 주장은 모욕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검찰의 기소는 무리한 일이며 사법의 공정성을 재판 과정에서 보여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직접 적어온 노트를 보면서 12분간 직접 말했는데요.

어제 재판은 물론 앞으로의 1심 재판 과정에서도 검찰이 제시한 혐의를 부인하고 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 제시하는 전략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앵커]
이건희 회장을 언급했단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건희 회장과 정주영 회장 같은 재벌 총수들을 언급했던 것도 눈길을 끌었었죠?

[기자]
이 전 대통령은 대기업 회장들을 언급했던 것이 또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먼저 이건희 회장, 사면을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검찰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할 때 언급됐고요.

역시 삼성 뇌물 혐의와 관련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청와대에 들어와 이 전 대통령을 만났었다는 검찰 주장에, "이건희 회장이 들어왔다면 모르겠지만 삼성 부회장이 약속도 없이 왔다면 대통령을 만날 수가 없다"며 부인할 때 다시 한 번 이건희 회장이 언급됐습니다.

고 정주영 회장은 다스 설립 때 "형님과 처남이 엮여 있어 회사 설립을 만류하려 했으나 본인이 직접 연관된 회사가 아니라 괜찮다는 주변의 만류와 함께 정주영 회장이 양해해줬다고 해서 시작했다"고 말할 때 언급됐습니다.

정주영 회장의 양해가 있었던 것도 다스 설립의 한 측면으로 설명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 측은 삼성 뇌물과 관련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김백준 전 기획관의 정신건강 진료기록을 요구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낮추려는 시도도 보였습니다.

[앵커]
어제 이 전 대통령의 딸 3명과 친이계였던 이재오 전 의원이 찾아왔던 것도 시선을 끌었죠?

[기자]
어제 이 전 대통령의 딸 3명이 방청석에 앉아 재판을 참관했습니다.

휴정 시간에 이 전 대통령이 딸들과 눈을 마주치는 모습도 보였는데요.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시형 씨는 법원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친이계의 대표격인 이재오 전 의원도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과 비교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증거를 모두 인정해서 법정신문에 나올 증인 수가 대폭 줄었고, 재판부도 한 주에 2~3회씩 공판을 진행하겠단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나 추가 기소 여부가 변수이긴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10월 초 이전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YTN 김평정[py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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