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뽑아라"...수서고속철, '신의 직장' 대물림 채용비리

"친·인척 뽑아라"...수서고속철, '신의 직장' 대물림 채용비리

2018.05.15. 오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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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서고속철도 운영을 담당하는 주식회사 SR에서 직원들의 자녀와 친인척을 무더기로 부정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일자리를 사실상 대물림해준 셈인데, 한 번에 수천만 원의 금품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김태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양손에 상자를 든 수사관들이 사무실을 나섭니다.

차 트렁크에선 몰래 숨겨둔 서류 다발이 통째로 발견됩니다.

[SR 인사담당 직원 : (이런 사람들은 누구예요? 탈락으로 돼 있는데….) 탈락 지시받았던 분들….]

수서고속철도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SR에서 직원들의 자녀와 친인척을 무더기로 부정 채용한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전직 대표와 상임이사, 노동조합 간부까지 채용 비리에 가담했는데 청탁을 알선해주겠다며 먼저 연락해 금품 1억여 원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박주섭 /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 지능1계 4팀장 : (노조 간부는 청탁 대가로) 부모들 11명으로부터 적게는 200만 원 많게는 3,700만 원까지 금품을 수수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1년간 치러진 9번의 공채에서 서류와 면접 점수 조작으로 부정 채용한 직원은 모두 24명입니다.

인사 담당자는 이렇게 점수표에 이니셜을 표시해, 부정 청탁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질문을 하는 등 특혜를 줬습니다.

심지어 면접에 불참했는데도 참석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합격시킨 사례까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합격 점수를 받아놓고도, 이유도 없이 억울하게 탈락한 사람은 100명이 넘습니다.

[부정 채용 피해자 : 공공기관에도 말로만 듣던 청탁이라는 게 존재하는구나, 아무리 열심히 해서 시험을 보고 정당하게 면접을 봐도 금수저라 불리는 사람들의 자녀는 이길 수가 없구나….]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실태가 또다시 드러나면서, 회사는 뒤늦은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문제홍 / SR 인사노무담당 : 채용 비리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정부 가이드 라인에 맞춰서 피해자 구제에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경찰은 상임이사와 인사담당자 2명을 구속하고 여기에 가담한 임직원 10명과 청탁자 1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정채용 사례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YTN 김태민[tm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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