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러 왔는데...되레 폭행당한 구급대원 끝내 숨져

구하러 왔는데...되레 폭행당한 구급대원 끝내 숨져

2018.05.01. 오후 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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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여성 구급대원이 도로에 쓰러져 있던 취객을 구하려다가 폭행을 당했습니다.

그 뒤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최근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 결국 숨졌습니다.

구해 준 은혜가 되레 원수가 되어 돌아온 셈입니다.

구급차 안에 누운 40대 남성이 함께 탄 구급대원에게 끊임없이 시비를 겁니다.

당황한 구급대원이 팔을 붙잡아 보지만 소용없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뒤엔 바닥에 드러눕고, 삿대질에 욕설까지 합니다.

지난달 2일, 48살 윤 모 씨는 술에 취해 도로 한복판에 쓰러져 있다가 구조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출동한 여성 구급대원 51살 강 모 씨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고, 구급대원의 머리를 손으로 네다섯 대 정도 가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날 이후 건강했던 이 여성 대원은 심한 구토와 경련에 시달렸습니다.

병원에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 손상'으로 진단받았습니다.

대형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앞두고 있던 강 씨는 지난 24일,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긴급 수술을 받은 뒤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다 오늘 새벽,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하며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매 맞는 구급대원들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119 구급대원 폭행 사건은 4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200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폭력이 발생한 셈입니다.

하지만 처벌은 사실상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소방기본법에서는 소방대원을 폭행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지만, 실제 구급대원 폭행 사범 10명 중 5명은 벌금형 이하의 가벼운 처분만 받았습니다.

강 씨를 폭행한 윤 모 씨는 검찰에 송치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요.

이틀에 한 번꼴로 매 맞고, 정신과 상담까지 받아야 하는 구급대원 잔혹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한 처벌과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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