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빚이 수억" 남양유업 '갑질' 피해 대리점주 눈물

"여전히 빚이 수억" 남양유업 '갑질' 피해 대리점주 눈물

2018.04.26.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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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빚이 수억" 남양유업 '갑질' 피해 대리점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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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대리점 점주들에게 제품 '밀어내기' 방식으로 강매를 해 논란이 일었던 남양유업 사태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밀어내기 영업'이란 본사에서 대리점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수량을 떠넘겨 강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대리점주들은 본사에서 떠넘기는 주문하지도 않은 물건을 빚을 져서라도 사야만 했다.

특히 당시 '갑'의 위치에 있던 30대 본사 직원이 '을'인 50대 대리점주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는 녹취파일까지 공개되면서 파장은 커졌다. 이는 전국민적 '남양 불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른바 '남양유업 사태' 이후 5년이 흘렀지만, 피해자인 대리점주들은 여전히 빚더미에 고통받고 있었다.

지난 14일 방송된 EBS1 '빡치미'에는 남양유업 전 대리점주 장성환 씨가 출연해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을 털어놨다.

장 씨는 "열심히 영업해서 지점 내에서는 항상 1등을 달렸다"면서도 "제품을 많이 팔수록 계속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회상했다. 월 매출 1억 원이 넘었지만, 회사의 밀어내기로 인해 수억 원의 빚이 쌓였다.

장 씨는 "본사에 전화해 '수량이 너무 많다'고 사정도 해봤지만 그런 전화를 하면 물품을 더 얹혀서 주곤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시 (본사에서 밀어내기 한 제품을) 무조건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강매였고, 내가 빚을 진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장 씨는 "그 당시에는 갑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매달 마감 때마다 돈을 빌려서 메꾸다 보니 '갑질'을 당하고 있더라"라고 털어놨다.

"여전히 빚이 수억" 남양유업 '갑질' 피해 대리점주 눈물

당시 논란이 커지자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피해 대리점 구제를 약속했다. 이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100여 개 대리점은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본사의 요구로 '상생협약서'에 서명을 했던 피해 대리점주들은 거의 구제받지 못했다. 상생 협약서에는 대리점주들이 본사의 지원을 수용하고 더 이상 법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장 씨 역시 이 협약서에 서명하면서 남양유업으로부터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빚더미에 앉았다. 현재 장 씨에게 누적된 빚 8억 중 남양 유업 물량 미수금만 3억 원에 달한다고. 그마저도 연 이자율이 27.9%에 달해 빚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아이들이 운동하다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는데, 퇴원을 시키려니 돈이 없어 결제를 못 했다"며 "지인에게 카드를 빌려서 나왔다. 그럴 때마다 죽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든다"고 전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양유업이 강성 피해자에게는 적극적인 보상을 하고, 회사를 믿고 기다린 피해자들에게는 불공정한 협약을 하도록 했다"며 "법적으로 모호한 협약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갑질 행위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가벌성이 높음에도 실제 처벌이 대단히 미약하다"고 덧붙였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사진 출처= EBS1 '빡치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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