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로 채워진 천상병 시인의 빈 술잔

막걸리로 채워진 천상병 시인의 빈 술잔

2018.01.21. 오전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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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 애송시 가운데 하나인 '귀천'으로 유명한 고 천상병 시인의 동상이 지난달 강화도에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시인이 들고 있는 빈 술잔에 누군가가 거의 매일 막걸리를 채워 놓는다고 합니다.

김종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천상병 시인의 동상이 강화도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환하게 웃는 모습과 함께 양손에는 술병과 잔을 들고 있습니다.

동상 옆에는 시인의 대표작인 '귀천'의 시비도 있습니다.

시인은 이곳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며 '귀천'을 만들었습니다.

[문경신 / 강화군 수산 녹지과장 : 천상병 시인께서 본래 고향이 마산인데 바다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건평 항에 자주 놀러 왔고 이곳 주막에서 막걸리를 자주 마셨습니다.]

그런데 이 동상의 술잔에 누군가가 막걸리를 채워 놓고 있습니다.

지난달 동상이 건립된 이후 거의 매일입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술이 빨리 상하지 않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잔을 새 술로 채우고 있습니다.

인근에는 술을 살만한 가게도 없어 일부러 술을 가져와 시인에게 따라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상희 / 조각가 겸 동상 제작자 : 처음에는 작품이 손상될 까 봐 황당했었는데요, 하루 이틀 막걸리를 따라주는 것을 보고 그분을 추모하는 진정성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강화군도 동상이 조금 손상돼도 시인을 좋아하는 마음이 감상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천상병 시인을 과거가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YTN 김종술[kjs@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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