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조윤선·우병우, 모두 기각...하지만 엇갈린 운명

[취재N팩트] 조윤선·우병우, 모두 기각...하지만 엇갈린 운명

2017.12.28. 오전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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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 조윤선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공직자와 민간인을 사찰한 혐의로 구속된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적부심 청구도 기각됐습니다.

두 전직 수석의 엇갈린 운명과 기각 사유를 최재민 선임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조윤선 전 수석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부터 알아보죠.

[기자]
조 전 수석의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습니다.

오 부장은 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비롯한 범죄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또, 수사와 별건 재판의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먼저 범죄 혐의 다툼의 여지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조윤선 전 수석이 정무수석으로 일한 건 지난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입니다.

이 기간에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매달 5백만 원가량씩 5천만 원을 받았다는 겁니다.

조 전 수석이 받은 특활비는 국정원장 특활비가 아닌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소속의 국정원 제8국 특활비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은 신동철 전 비서관에게 돈을 건넸고, 조 전 수석은 신 전 비서관을 통해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돈을 줬다는 국정원과 돈을 받았다는 조 전 수석 모두 이 사실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뇌물죄는 대가성이 있어야 하는데 일단 그 대가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으로 보입니다.

조 전 수석은 부하 직원이 주기에 관행적으로 받는 것인지 알았다는 거고요.

검찰은 돈을 받은 사실만으로도 포괄적 뇌물죄라고 보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무수석이라는 자리는 국정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수석은 받은 특수활동비를 어디에 썼는지 정확히 해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으로 조 전 수석이 기소된다면 이 부분도 유무죄를 다투는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수사와 별건 재판의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조윤선 전 수석은 블랙리스트와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겨져 있습니다.

지난 7월 1심에서 블랙리스트 혐의는 무죄, 국회 위증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지금은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만약에 도망한다면 집행유예가 취소되기 때문에 조 전 수석으로서는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게 영장전담 판사의 판단입니다.

[앵커]
법원의 결정에 검찰은 이런 기각 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죠?

[기자]
앞서서도 말씀드렸지만 조 전 수석은 거액의 국정원 자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특정 보수단체 지원에 개입한 혐의 역시 청와대 문건과 부하 직원 진술로 소명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정원 특활비 수사에 대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 취지를 면밀히 검토한 뒤 보강 조사와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앵커]
다음은 구속된 우병우 전 수석인데, 법원이 구속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어요.

[기자]
결과적으로 우 전 수석 측이 심리를 맡은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우 전 수석 측은 혐의 사실을 두고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를 인멸 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며 석방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우 전 수석을 계속 구속해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우 전 수석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비롯한 공직자와 민간인을 사찰하고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 운영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 15일 구속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부 이우철 부장판사는 우 전 수석의 구속적부심사를 한 뒤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애초 서울중앙지법 구속적부심 형사 51부 신광렬 수석부장판사가 맡는데, 하지만 신 수석부장이 사건 재배당을 요청해 형사2부가 맡은 이유가 뭔가요?

[기자]
신광렬 수석부장은 김관진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사를 맡아 김 전 장관을 석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 수석부장은 우병우 전 수석과 동향에다 대학 동기, 또 사법연수원을 같이 수료했습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싫다며 사건 재배당을 요청한 겁니다.

그런데 신 수석부장이 사건 재배당을 요청하면 통상적으로 형사 1부가 맡는데, 형사1부 재판부가 휴가 중이어서 차순위인 형사2부가 우 전 수석의 구속적부심사를 맡았다는 후문입니다.

[앵커]
두 사람 다 기각인데, 한 사람은 풀려났고 한 사람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엇갈린 운명을 맞게 됐죠?

[기자]
조윤선 전 수석은 어제 전날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3시 가까이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습니다.

이후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오늘 새벽 3시를 조금 넘겨 영장기각이 결정돼 새벽 4시 반쯤 서울구치소를 나와 귀가했습니다.

조 전 수석은 구속을 피하게 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대기 중이던 차에 올랐습니다.

반면 두 번의 구속을 피해 갔지만 세 번째 영장 청구 끝에 구속된 우병우 전 수석은 구속 열흘 만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구속 상태에서 보충 조사를 한 뒤 내년 1월 초쯤 우 전 수석을 재판에 넘길 방침입니다.

두 사람 다 결과는 기각이었지만 한 사람은 풀려났고 한 사람은 구속 상태가 유지되는 엇갈린 운명을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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