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하루 식비 2500원 받으며 일한 아프리카 출신 무용가

한국서 하루 식비 2500원 받으며 일한 아프리카 출신 무용가

2017.12.14. 오후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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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하루 식비 2500원 받으며 일한 아프리카 출신 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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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논란이 됐던 포천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 노동 착취의 당사자인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 무용가 에마누엘 사누(37)가 한국 사회의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8일 닷페이스는 에마누엘 사누와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 2012년 포천의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에 무용수로 고용됐지만, 월급 약 60만 원을 받으며 강도 높은 노동 착취를 당했다. 주 6일 동안 매일 3회 이상 무용 공연을 펼치면서 청소를 했고, 유통기한이 지난 쌀을 받기도 했다.

에마누엘은 당시 이미 14년 차 무용수로서 아프리카와 유럽을 돌아다니며 공연한 전문가였으나 한국에 온 뒤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됐다.

그는 "당시 계약서에는 하루 3시간만 공연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월급은 원래 받기로 한 액수와 비교하면 한참 모자랐다. 하루 식비로 박물관이 준 돈은 2,500원뿐이었다.

에마누엘이 부당한 대우에 대해 따졌을 때는 "나는 당신들에게 한국에서의 기회를 줬다. 당신들 나라에서는 이만큼 못 벌잖아"라는 관장의 말이 돌아왔다.

이에 에마누엘은 "왜 아프리카에서 이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왜 한국의 돈을 우리나라 돈과 비교하나?"라고 반문했다.

한국서 하루 식비 2500원 받으며 일한 아프리카 출신 무용가

한국 박물관에서 그를 힘들게 한 것은 극악의 노동 조건만이 아니었다. "고향에서는 동물하고 숲에서 살아요?", "아프리카에도 TV가 있나요?", "아프리카에도 비행기와 휴대폰이 있나요?" 등의 인종 차별적인 질문들은 그를 더욱 비참하게 했다.

에마누엘은 "한국인들이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다"며 "물론 지금은 많이 겪지 않지만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으면 사람들이 내리면서 나를 보고 무서워하거나 놀라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아저씨들은 제 피부색만 보고 '방글라데시에서 왔냐'고 묻는다"며 "피부색이 국적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에마누엘은 "피부가 검다면 아프리카인일 수도, 미국인일 수도 있다. 피부색, 국적, 출신에 상관없이 서로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리는 그냥 똑같은 사람인데 사람들은 이걸 알면서도 차별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마누엘은 박물관에서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한국에서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그는 '쿨레칸'이라는 무용팀을 결성해 꾸준히 공연하고, 아프리카 춤을 교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에마누엘이 근무할 당시 포천 아프리카 예술 박물관 이사장이었던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측은 YTN PLUS에 연락을 취해왔다.

홍 의원 측은 "당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이주노동자 12인에게 미지급 임금을 모두 지급했고 이건 이미 합의가 끝난 사건이다. 에마누엘이 관련 내용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박물관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박물관 측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moon@ytnplus.co.kr)
[사진 출처= 닷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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