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만 마셔도 불타는 얼굴...술 체질 아닌 당신을 위한 생존법

한잔만 마셔도 불타는 얼굴...술 체질 아닌 당신을 위한 생존법

2017.12.11. 오후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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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리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음식에 담긴 재밌는 과학 이야기 듣는 시간, '푸드 톡톡'입니다.

오늘도 이혜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이 기자,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이맘때면 송년회다 뭐다 해서 술자리가 참 많아지죠.

그래서 오늘은 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준비하셨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쩜 이렇게 연말 풍경은 매년 비슷할까요.

올해도 역시 친구들 모임부터 시작해서 직장 송년회까지 술자리가 줄줄이 잡혀있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앵커]
맞아요. 연말에 술자리가 많아지는 만큼 저처럼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의 괴로움은 커진답니다.

[기자]
그렇죠, 그래서 오늘은 조금이라도 현명하게 술을 마실 방법 등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특히 술에 약한 맹 앵커, 주의 깊게 들어 주세요!

[앵커]
알겠습니다. 저는 정말 한두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져요.

[기자]
우선 얼굴이 이렇게 빨개지신다면 다른 사람보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기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술은 우리 몸에서 1차 분해과정을 거쳐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변하게 되는데요.

이게 바로 얼굴을 빨갛게 만들고 숙취를 유발하는 물질이죠.

그런데 이 아세트알데하이드는 2차 분해 과정에서 ALDH 효소에 의해 분해돼 사라지거든요.

그러니까 술을 마셨을 때 쉽게 빨개지는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이 ALDH 효소의 기능이 부족하다는 뜻인 거죠.

[앵커]
그렇군요. 역시 저는 술과는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인가 봐요. 이건 타고 난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원래 술이 잘 안 받는 체질이야'라는 말도 있는데 맞는 말인 거죠.

반대로 이런 효소의 기능이 뛰어난 사람, 우리 주변에도 있는데요. 소위 '주당'이라고 하는 사람은 알코올 분해 능력을 타고난 겁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라고 해도 과신하면 안 됩니다.

[앵커]
아 그런가요? 술 앞에 장사 없다더니, 맞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결국,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는 간에서 나오는 건데 간 기능이란 건 술을 마실수록 혹은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게 마련이니까요.

[앵커]
그렇군요. 저는 오늘부터 술자리에서 얼굴이 빨개진 친구에게 술을 권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네, 술을 강권하는 그런 문화는 이젠 좀 개선되어야겠죠.

또 다른 속설에서 '술은 먹으면 는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무리 먹는다고 해서 앞서 말씀드린 술 분해 효소의 선천적인 기능은 달라지지 않아요.

술을 많이 먹으면 주량이 실제로 느는 것 같기도 하고 얼굴이 덜 빨개지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는데요. 이건 간 기능이 좋아진 게 아니라 뇌 일부가 알코올에 적응한 일종의 내성이 생긴 것일 뿐입니다.

실제 술 분해와는 거리가 있답니다.

[앵커]
그렇군요. 본인의 체질에 맞게 술을 먹는 지혜가 필요하겠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한국인 중에서 이른바 '술 못 마시는 체질'인 분들이 꽤 많아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약 40%에서 ALDH 효소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인이 다른 민족에 비해서 선천적으로 숙취에 시달릴 확률이 높은 거죠.

[앵커]
그렇지만 다른 나라보다 술 문화가 무척 발달해 있잖아요. 이거 정말 아이러니한데요.

[기자]
그렇죠.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음주 문화를 보고 많이 놀라곤 하잖아요.

한국인이 선천적으로 술을 잘 못 마셔서 해장 음식이나 안주 같은 것들이 더 발달했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더욱이 적당히 술을 적당히 즐기면서 마시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한 음주 위험성에 대한 연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결론은, 한국인에겐 한 잔의 술도 위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관련 보도 잠시 보고 이어가겠습니다.

[보도 영상 : 흔히들 식사할 때 소주 한두 잔 마시는 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소주 한두 잔의 가벼운 음주도 암 발생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한국인 2천만 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 확인됐습니다.]

[보도 영상 : 소주 1잔 미만으로 알코올 섭취량이 아주 적은 경우에도 식도암과 위암, 대장암 발생 위험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소주 4잔 넘게 과음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식도암 발생 위험은 3.1배, 위암은 1.2배, 대장암은 1.3배 높았습니다.]

[앵커]
이런 보도를 볼 때마다 절주해야겠다, 이런 생각도 들긴 하는데요.

그렇지만요. 이 기자, 여전히 정말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가 꼭 생긴단 말이죠.

[기자]
맞습니다. 일단 그럴 때는 한 가지 술로만, 이왕이면 도수가 낮은 술이 좋겠죠. 최소한 폭탄주 말고 한 종류로 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앵커]
아 그래요? 저는 소맥이라고 하죠, 폭탄주를 마시면 소주만 마셨을 때보다 마시기 편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소맥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

[기자]
그렇습니다. 소주와 맥주를 섞으면 물론 어떤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도수가 10∼15도 정도가 되거든요. 소주가 보통 17도 정도고 맥주가 4∼5도이니까요.

그런데 10∼15도가 우리 몸에서 가장 알코올이 잘 흡수되는 알코올의 도수입니다. 또 맥주의 탄산이 알코올의 흡수 속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한 마디로 더 쉽게 빨리 취하게 하는 거죠.

[앵커]
그랬군요. 소주만 먹기는 좀 부담스러워서 소맥을 마시는 경우도 많은데…, 알아 둬야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는 폭탄주를 마시면 오 앵커가 말했던 것처럼 마시기 쉬워져서 폭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앵커]
아 그런데요. 예를 들어 회식자리인데 막내인 직원이 '아 저는 오늘부터 소맥을 거부하겠습니다.'라고 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단 말이죠. 그럴 때는 어떡하죠?

[기자]
그럴 때는 적절한 안주를 먹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단,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알코올을 해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요. 그래서 안주도 수분 함유량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류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과일에는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풍부한데 이런 요소들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전문가의 이야기 자세히 들어 보죠.

[김종우 /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술 마시기 전에) 식사하게 되면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춤으로 인해서 덜 취하게 하는 효과가 있겠죠. 특히 술자리에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드시게 되면 다음 날 알코올이 분해되지 않은 성분이 배출되면서 설사를 하게 만들 수 있는데 기름진 음식 자체가 설사를 심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탈수가 일어나게 되고 몸 상태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숙취에서 회복되는 시간을 길게 만들 수 있겠죠.]

[앵커]
그렇군요. 보통 술과 치킨, 혹은 삼겹살 이렇게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데요. 이런 음식들은 술과는 잘 맞지 않나 봐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름진 음식뿐만 아니라 흔히 먹는 탕이나 찌개와 같이 너무 짜거나 매운 음식은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어요. 이왕이면 되도록 두부나 생선, 기름이 적은 고기, 즉 고단백 식품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주에 얘기했던 숙취 해소 물질, 아스파라긴산이 들어있는 과메기도 좋고요, 알코올 분해를 돕는 '타우린'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들, 오징어나 조개류 이런 음식이 좋겠습니다.

[앵커]
안주를 꼭 먹는 게 좋겠죠? 아무래도 빈속에 술을 마시는 건 안 좋을 테니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잠시 언급됐지만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농도가 더 높아지니까요, 금방 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술을 마시기 전에 식사부터 하는 게 좋고요. 술을 마시는 동안에도 앞서 말씀드린 안주 위주로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눈치 보지 마시고 안주 많이 드세요!

[앵커]
그렇군요. 안주도 먹고 천천히 대화도 하면서 마신다면 숙취의 괴로움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천천히 마시는 것도 중요하죠.

전반적으로 오늘 술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면서 술을 적당히 마시면서 즐기는, 그런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어요.

이번 송년회부터라도 그런 시도가 많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앵커]
그래요. 우리부터 시작해보죠! 이 기자,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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