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곁으로 떠난 조선 마지막 세자빈

남편 곁으로 떠난 조선 마지막 세자빈

2017.12.06. 오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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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남자만 믿고 이국땅에 정착했습니다.

하지만 오륙십 년 전, 파란 눈의 며느리는 싸늘한 차별을 견뎌야 했습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 이구 선생의 부인 줄리아 리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며 그들의 기구했던 사랑 이야기가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독일계 미국인인 줄리아 리는 이구 선생과 미국의 한 건축사무소에서 만났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했던 줄리아와 건축가였던 이구는 자연스레 서로에게 끌렸는데요.

8살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 오직 사랑만으로 편견을 극복했습니다.

외로운 타지 생활을 보낸 이구에게 줄리아는 때론 엄마 같은, 때론 누나 같은 존재였습니다.

1958년 결혼을 하고 5년 뒤 줄리아는 남편을 따라 창덕궁 낙선재에 정착했는데요.

낯선 궁궐생활이었지만 조선왕가 마지막 여성으로서 도리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바느질방을 만들고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사회복지법인의 장애인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큰 엄마'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종친들은 이방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녀를 철저히 외면했고 후사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을 종용했는데요,

결국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24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줄리아는 이혼한 이후에도 계속 이구의 연인으로 남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본명인 줄리아 멀록으로 돌아가지 않고 줄리아 리로 살아간 건데요.

하지만 종친회는 끝까지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구 선생의 장례식에도 초대받지 못해 그녀는 옛 남편의 마지막 길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었다"는 마지막 소원을 남긴 그녀,

결국 지난 달, 그토록 그리워하던 남편의 곁으로 떠났습니다.

40여 년간 간직해온 사진들을 계속 갖고 다닐 만큼 남편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줄리아 리.

이제 차별과 편견의 짐을 털고 편히 그의 곁에서 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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