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1호 공약 '인천공항 비정규직 0명' 합의 진통

대통령 1호 공약 '인천공항 비정규직 0명' 합의 진통

2017.11.24. 오후 4:3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대통령 1호 공약 '인천공항 비정규직 0명' 합의 진통
AD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당연히 차별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공채시험을 본 정규직과 그렇지 않은 비정규직이 하루 아침에 같은 대우를 받는 건 노력한 정규직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정규직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억울함'은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배척하는 핵심 정서다. 억울함의 근원에는 "나는 노력해서 '정규직' 된 건데 '노력도 안 한' '비정규직'이 같은 대우를 받는 게 싫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해이며, 노-노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전형적인 논리다.

지난 22일, '사다리 걷어차기'로 불리는 이 광경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1호 사업장인 인천공항에서 되풀이되었다.

대통령 1호 공약 '인천공항 비정규직 0명' 합의 진통

"결과의 평등 NO 기회의 평등 YES, 무임승차 웬 말이냐 공정사회 공개채용!"

정규직으로 구성된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가 공청회장에서 들고 있던 피켓이다.

공청회 발언대에서 공사 공채 신입사원 A 씨는 "고시촌에서 공부해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면서 "원칙을 배제하고 대규모 직접고용을 하는 건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환경미화 노동자 비정규직 B 씨는 "오랜 기간 공항에서 일했고, 우리가 하는 일은 젊은이들이 꺼리는 청소 업무와 같다."면서 젊은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고성과 야유가 쏟아졌다.

한 공채 정규직 사원은 "우리가 비정규직에게 포상휴가도 주고 밥그릇 세트도 주고 잘 해줬는데…. (왜 차별받았다고 하느냐)"라고 말해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비정규직의 발언 내내 폭언과 야유가 오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토론자로 나온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등급을 나누는 일이 계속되어야 하느냐?"고 물으며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대통령 1호 공약 '인천공항 비정규직 0명' 합의 진통

공청회 이후 전국 공공운수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지금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즉각 정규직과 같은 임금, 직제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정규직의 양보를 요구한다거나, 권리를 침해할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전국 공공운수노동조합은 "용역업체의 중간착취와 고용불안, 갑질부터 해결하자는 것이다. 오히려 정규직의 기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단체교섭권(교섭 창구 단일화 양해)도 약속해왔다."면서

"이제까지 십여 년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저임금 고용불안, 원청사의 갑질까지 감수해가며 "세계 1등 공항"을 실질적으로 만들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임승차'라고 감히 폄하할 수 있는가."라고 분노했다.

공공운수노조는 "(피켓을 들고 야유하며 비정규직 직접 고용을 반대하는)이런 행동을 심지어 입사 수년 안쪽의 젊은 사원들이 주도했다고 하니 더욱 해괴한 일이다. 과연 이제까지 '세계 1등 공항'에 누가 더 기여해왔는가를 따져보고자 하는가."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대통령 1호 공약 '인천공항 비정규직 0명' 합의 진통

공공운수노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YTN PLUS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선호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건 오해다. 일반적으로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와 현재 인천공항공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일자리는 같지 않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으로 10년 일해서 연봉이 3,000만 원인 상태의 비정규직이 정규직 전환되더라도 갑자기 9,000(만 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이고, 반드시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노노 갈등으로 비치는 건 원하지 않는다."면서, "원만한 협의를 위한 진통이며 '다른 상황에 있던 노동자들이 합의점을 찾기 위한 일종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규직 전환을 연내 하기로 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상태에서 자칫 노-노 갈등으로 비화할 경우 당장 정규직 전환을 미루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또한 "이번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이 연내에 정규직 전환이 되어야 약 800여 개에 이르는 다른 정부 기관들도 정규직 전환을 본격적으로 할 것이고, 이는 단순히 인천공항 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위한 선례가 될 것이기 때문에 공사도 의지를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 전국 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 지역지부 제공]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