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 "미안해 못 찾아줘서"...세월호 미수습 5인 장례

[뉴스통] "미안해 못 찾아줘서"...세월호 미수습 5인 장례

2017.11.20. 오후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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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이후 유해를 찾지 못한 미수습자는 모두 다섯 명입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양승진 교사, 남현철, 박영인군, 권재근씨와 권혁규 군의 영결식이 오늘 열렸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1,315일만입니다.

유해를 찾지 못해 관은 고인에게 보내는 가족들의 편지와 유품으로 채워졌습니다.

양승진 교사와 남현철·박영인 군은 평택 서호공원에, 권재근 씨와 혁규 군 부자는 인천 가족공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 안치됐습니다.

[남경원 / 미수습자 남현철 군 아버지 : 세월호 선체 수색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지금 저희 가족들은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남현철 학생, 박영인 학생,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 님, 권혁규 군, 이 다섯 사람을 영원히 잊지 말아 주십시오. 기억해 주십시오.]

남현철 군은 5반 고 이다운 군의 자작곡 ‘사랑하는 그대여'의 가사를 쓸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특히 기타 실력이 뛰어나 또래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팽목항에 현철 군이 좋아하는 기타를 세워두고 애타게 기다렸지만

"이제 그만 집에 가자"는 가족들의 바람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막내인 박영인 군은 부모님에게는 살가운 딸 같은 아들이었습니다.

야구, 볼링 등 구기 종목을 좋아한 만능 스포츠맨이었는데 특히 축구를 좋아해 체대 진학이 꿈이었습니다.

사고 이후 팽목항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새 축구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에 화답하듯 영인 군의 가방과 교복이 발견됐지만 끝내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30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양승진 교사는 마지막까지도 학생을 먼저 챙기는 듬직한 선생님이었습니다.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벗어준 채 "갑판으로 나오라"고 외치며 다시 배 안으로 향한 모습이 그의 마지막이었습니다.

[권오복 / 실종자 권재근·혁규 부자 가족 : 솔직히 1,000일은 의미가 없고 어차피 기다리다가 지친 사람들이지만, 전에는 조급하게 기다렸는데 이제는 다 내려놨어요.]

[미수습자 권재근·혁규 부자 유족 : 우리 어린 혁규야, 네가 무슨 죄가 있어서 못 나오느냐고….]

제주도로 터전을 옮겨 새로운 삶을 꾸리고자 했던 가족의 꿈은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았습니다.

동생을 끔찍이 아끼던 오빠가 준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막내딸만 홀로 구조됐습니다.

베트남이 고향인 엄마는 딸이 구조된 지 일주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지만 여섯 살 혁규 군과 아빠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남경원 / 미수습자 남현철 군 아버지 : 정부는 대한민국에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며 세월호 참사를 거울삼아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2기 특조위가 구성되어 한점 의혹 없는 진상규명은 꼭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세월호 추가 수색과 조사를 위한 선체 직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년 5월에 최종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할 계획인데요.

미수습자 다섯 명의 장례 절차까지 마무리됐지만 세월호가 남긴 과제는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 등 진행형입니다.

미수습자 가족을 가슴에 묻던 날 수도권에는 흰 눈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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