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원 이름 대거 도용"...조직적 개입 의혹

단독 "당원 이름 대거 도용"...조직적 개입 의혹

2017.10.20. 오후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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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여론 조작 의혹과 관련해 실제 서명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명의가 대거 도용된 것으로 YTN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특히 조작된 명단에서 당시 새누리당 당원들의 이름이 무더기로 발견돼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차정윤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의견서뿐만 아니라, 서명지에서도 조작된 의혹이 발견됐다고요?

[기자]
교육부는 지난 2015년 11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본격 추진하기 전, 행정예고를 하고 한 달 넘게 국민 여론을 수렴했는데요.

YTN 취재진이 당시 교육부에 제출된 국정교과서 찬성 서명서를 입수했습니다.

화면을 보시면,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서명 필체가 비슷하고, 수십 명이 같은 주소로 적혀 있기도 합니다.

취재진이 해당 주소 찾아가 봤더니 엉뚱하게도 강남에 있는 서울 대한약사회관이 나타났습니다.

대한약사회관을 주소지로 적은 서명자 12명 가운데, 10명은 실제 직원도 아니었고 2명만 약사회의 직원이었는데요.

모두 국정화 서명을 한 적도 없고 어떤 의견을 낸 적도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다른 주소인 강남의 다세대 주택과 마포구에 있는 대형 상가 역시 모두 해당 장소에서 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취재진이 명단에 있는 61명에게 한명 한명 전화를 걸어 물어봤더니 국정화 서명에 금시초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황당한 반응을 보이면서,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사람이 누군지 잡아서 처벌해 달라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앵커]
주로 어떤 사람들의 명의가 도용된 건가요?

[기자]
조작이 의심되는 서명지 윗부분에서는 알파벳 F와 수상한 전화번호가 발견됐는데요.

취재진이 추적해보니 지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서울 강남구의 옛 새누리당 의원의 사무실 팩스 번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다른 서명 명단에서는 서울 강서구의 새누리당 당원들이 대거 발견됐습니다.

서명서에 적힌 전화번호로 서명 운동이나, 시민단체 활동 여부를 물어봤더니 이 같은 입당 사실이 드러난 건데요.

모 의원의 총선 선거 운동을 도왔던 당원도 있었고, 수년 전 입당한 뒤 별다른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역시 국정화 찬성에는 서명한 적도 없이 없다며 자신도 몰래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사실을 듣자 명의 도용을 의심했습니다.

옛 새누리당 당원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옛 새누리당 당원 : 선거운동 단장 맡았었어요. 국정교과서는 서명을 안 한 것 같은데 완전 의심스럽네요. 내가 사인할 이유가 없는데요.]

[앵커]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해당 의원실에서는 뭐라고 해명했나요?

[기자]
이에 대해 해당 의원실은 허락 없이 명의를 도용한 적은 없다며 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다만, 당시 옛 새누리당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당론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각 지역구 의원실에서 당원들이나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은 적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시 정당에서 지역구별로 기준을 정해 시민들에게 서명서를 받아 제출하게 했다는 겁니다.

여론 조작 과정에 당시 새누리당 당원의 명의가 무더기로 도용됐거나, 혹은 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앞으로 검찰의 수사 방향도 확대될 것 같은데요. 현재 어디까지 수사가 진행됐나요?

[기자]
'국정교과서 여론조작'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곳은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입니다.

국정교과서 의견수렴 마지막 날, 서울 여의도의 인쇄소에서 제작된 찬성 의견서를 한 트럭 싣고 이른바 차떼기로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론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데요.

이례적으로 형사6부장을 중심으로 공안부 검사와 금융조사부 검사까지 투입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 16일, 교육부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마쳤습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이른바 '차떼기 찬성의견서'가 제출된 당시 경위와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 여부 등을 두루 살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또,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가 국정화 추진을 위한 비밀 태크스 포스를 운영한 장소로 알려진 서울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사용됐던 컴퓨터 21대도 임의제출을 요청했습니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은 국정교과서 여론 조작 과정에 청와대와 국정원은 물론, 당시 새누리당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조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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