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탄→유탄" 희박하다더니 바로 바뀐 말...軍 믿어도 되나

"도비탄→유탄" 희박하다더니 바로 바뀐 말...軍 믿어도 되나

2017.10.10. 오전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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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철원의 군부대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 병사가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맞아 숨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건 발생 후 많은 의혹이 있었습니다. 튕겨 나온 총알에 건강한 장병이 쓰러졌다는 국방부의 설명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격 표적을 제대로 맞히지 못한 총탄이나, 어딘가 맞고 튕긴 총탄으로 군 당국이 추측한 건데요.

튕겨 나온 총알의 경우 물론 과거에 인적 물적 피해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에너지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살상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습니다.

군에서는 공교롭게 탄환이 돌 같은 것을 맞고 위력이 줄지 않은 채 이 일병의 머리에 맞은 것으로 보고 있는데.

유족들도 군 당국의 설명에 반발했습니다.

특히 튕겨 나온 총알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을 엑스레이 사진을 들어 주장했습니다.

[윤기열 / 이 모 일병 외삼촌 (지난달 28일, CBS라디오) : 만약 튕긴 총알이었을 경우에 탄두가 총알이 원래의 형태를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딱딱한 물체에 부딪히니까요. 그런데 지금 X레이 상으로는 튕긴 총알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X-ray상으로 볼 때는 어디 찌그러진 데 없이 멀쩡한 모양이군요?) 거의 탄두의 모양을 거의 많이 유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 직후 중간 브리핑에서 튕긴 총알이라더니 거듭된 문제 제기에 국방부의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유탄과 직격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이준범 / 육군 공보과장 : 사격장에서 날아온 탄에 대한 경우 저희들이 직접사, 또는 유탄 가능성을 포함해서 도비탄 가능성까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가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국방부는 추석 연휴가 끝나지도 않은 어제 철원 총기 사고의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유가족과 전문가들이 주장했던 대로 어딘가에 맞고 튕긴 총알이 아니라 유탄에 의한 사고로 밝혀졌습니다.

[이태명 /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 고 이 모 상병은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온 유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병력 인솔부대, 사격 훈련부대, 사격장 관리부대의 안전조치 및 사격통제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그렇다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총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국방부는 왜 처음부터 튕겨 나온 총알 '도비탄'일 거라는 추정을 내놓았을까요?

튕긴 총알은 사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책임을 피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고 병사의 아버지는 아들을 한순간에 잃은 것도 기가 막힌 데 군 당국은 '튕긴 총알' 운운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군 당국을 질책했습니다.

국방부의 최종 결과 발표 후 아들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는 또 이렇게 밝혔습니다.

"누가 쏜 유탄인지 알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군대에 보낸 아들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사격장 통제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군 당국의 미흡한 대처까지.

군을 향한 여론은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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