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외면당하는 아이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외면당하는 아이들

2017.09.15. 오후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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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등을 계기로 학교폭력이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신체적 피해보다는 정신적 피해를 주는 폭력이 훨씬 많고 수법도 아주 교묘합니다.

이렇다 보니 피해 학생은 계속 나오는데 가해 학생은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한연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개학을 했지만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중학교 1학년 지영이.

얼마 전까지 벽만 보고 지냈다는 지영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김지영(가명) / 학교폭력 피해자 : 메신저로 저를 초대해서 다섯 명이 단체공격 시작하자고 그러고…. 너무 진짜 심장이 뛰면서 세상이 다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여자애들은 한 번씩은 다 느껴봤을걸요? 맞는 것 보다 그 수군거리고 막 그러는 게 더 힘들다는 걸.]

가해 학생들과 같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괴롭힘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학교에 피해를 호소했지만, 결과는 '증거 없음'.

[지영이(가명) 어머니 : 이게 정말 어디가 부러지고, 그래서 그랬으면 깁스라도 치료라도 하는데 정신적인 거라서 치료가 될지 어떨지 확신도 없고, 힘들고, 약 먹고 비몽사몽하는 모습 보면 가슴이 아프고 그래요.]

14살 아영이는 2년 전, 전학 간 학교에서 이름 대신, '쓰레기'로 불렸습니다.

[김정미(가명) /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 : 카톡으로 계속 끌어들여서 그 안에서 비웃고…. 한 사람이 쓰레기라고 하니까 전교 아이들이 다 (아영이에게) 그렇게 해도 되는 걸로 그냥 몰아가는 거예요.]

학교폭력을 증명할 녹음기를 사서 넣어서 보냈는데도 아이들 시끄러운 소리에 묻혀서 녹음이 안 되는 거예요.

이렇게 최근 학교에서는 언어폭력이나 따돌림처럼 피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폭력이 훨씬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거를 확보하기 힘듭니다.

설사 찾아낸다 하더라도 학교폭력으로 인정받고 보호를 받는 건 요원합니다.

[조정실 / 학가협 대표 : 따돌림을 하면서 말로 공격하는 것은 증거자료를 찾기가 힘들어요. 육체적인 폭력하고는 다르게 이것은 해결하기가 굉장히 힘든 부분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이 그런 부분의 맹점을 알기 때문에….]

더 큰 문제는 이런 고통이 가족 해체 위기까지 불러온다는 겁니다.

[지영이(가명) 어머니 : 어떨 때는 온 가족이 진짜 죽자고 했어요. 정말 못 살겠더라고요. 저 아이를 보고 있는 게 힘들더라고요. 참. 너무 고통스러워서….]

오늘 밤 9시 15분 국민신문고에서는 은밀하고 교묘하게 일어나는 학교폭력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합니다.

YTN 한연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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