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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발굴해놓고 나 몰라라...55% 부실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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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 2017-09-08 05:38
앵커

어렵게 발굴해낸 유적이 방치되고 훼손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 유적 보존의 책임을 지자체와 건설 시행자에게 일임한 채 후속 대책은 소홀히 하기 때문인데요.

YTN 데이터저널리즘팀 조사 결과 당국이 보존 조치 결정을 내렸던 유적 중 절반 이상이 부실하게 관리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함형건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중장비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강화군의 한 도로 건설 현장.

공사장 한구석에 표지판 하나가 훼손된 채 풀숲에 파묻혀 있습니다.

고려 시대 건물지라고 알리는 안내판입니다.

6년 전 발굴된 유적지이지만, 당국과 건설사의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이 경작지는 강화도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고려 시대 도기 생산단지 터입니다.

흙바닥 곳곳에서는 옛 문양이 새겨진 도기 파편이 흩어져 있습니다.

2003년에 발굴 조사한 뒤 아무런 표지판이나 보호 시설도 없이 내버려 둔 상태입니다.

평택의 한 골프장 입구에는 통일신라나 조선 시대의 석곽묘와 토광묘들이 잡초에 둘러싸여 있는가 하면, 고속도로 오산 휴게소 주차장의 고려 시대 건물지 앞에는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이같은 보존조치 유적이란, 발굴된 뒤, 국가나 지방의 지정 문화재로 등록은 되지 않았지만, 그 가치가 인정되어 현지 보전하거나 이전 복원하도록 한 문화재입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문화재청 자료를 보면, 보존조치 유적은 596곳.

이 중 55%인 326곳은 관리상태가 부실했습니다.

50건은 안내판이 손상됐거나 없고, 18건은 농경지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7건은 유적이 일부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나머지 249건은 지자체가 작년 한 해 유적을 관리 점검한 기록이 전혀 없었습니다.

특히 전라남도와 제주도는 지역 내 71개 유적에 대한 점검 기록을 한 건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 전라북도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민간 조사결과를 보면, 문화재청 관리 목록에서 30개 보존조치 유적이 통째로 빠져 있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문화재청은 이런 부실 관리의 책임을 개인 토지 소유자에게 돌립니다.

[문영철 /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사무관 : (땅 소유자) 자기가 관리하고 보호해줘야 하는데 어찌 보면 사유재산권을 제한받고 그러니까 관리가 일부 보존조치 유적에 대해서는 좀 미흡한 것이 아닌가.]

보존조치 유적 상당수가 사유지 안에 있어 관리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국가가 해당 토지를 대신 매입해 관리하려는 노력을 보인 적 역시 한 번도 없습니다.

예산도 없고 부처 간 정책 조율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박순발 /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 그런 (보존조치)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 후속 작업이 동시에 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국무조정이 가능한, 최소한 국무총리 산하 정도의 국무조정이 가능한 수준에서 보존 결정위원회가 있어야 합니다.]

발굴 조사 비용뿐 아니라 사후 관리 책임까지 지자체나 민간에 일임하는 현실에서 문화재의 훼손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YTN 함형건[hkhah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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