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김훈 중위, 19년 만에 순직 인정...자살VS타살 공방 일지

[이브닝] 김훈 중위, 19년 만에 순직 인정...자살VS타살 공방 일지

2017.09.01. 오후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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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 역사상 최악의 의문사로 불리는 게 바로 '김훈 중위 사건'입니다.

지난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지하벙커에서 오른쪽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고 숨진 고 김훈 중위가 19년 만에 순직 처리됐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군은 3차례 조사에서 줄곧 '자살'로 결론지어왔습니다.

하지만 최초 현장감식을 하기도 전에 두 시간 앞서 이미 자살했다고 보고되는 등, 부실한 초동 수사 때문에,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며 오랜 싸움을 이어왔고, 결국 대법원이 순직으로 인정하라며 국방부에 권고한 겁니다.

대법원은 왜 이런 판단을 내렸을까.

근거는 사건 현장에 있었습니다.

김훈 중위가 차고 있던 손목시계와 주변에 있던 지뢰 박스가 부서져 있었던 겁니다.

자살보다는 격투 끝에 타살당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또 김 중위는 오른손잡이였는데, 총의 화약흔이 그의 왼손에서 발견된 점도 주목됐습니다.

국방부가 추정한 김 중위 자살 자세에 따라 발사실험을 해 봤을 때, 열두 명 중 열한 명의 오른손 손등에서 화약흔이 검출됐습니다.

다시 말해, 왼손 손바닥에서 화약흔이 발견된 건 김 중위가 방어자세를 취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또 김 중위 손에 피가 묻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자신을 향해 직접 총을 겨눈 게 아니라 누군가가 총을 쏜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권총 자살의 경우 관자놀이에 총을 밀착한 상태에서 사격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의 관자놀이엔 총구에 눌린 흔적이 없었습니다.

타살 정황인 셈이죠.

김훈 중위의 아버지는 명예롭게 군 생활을 마친 김척 예비역 육군 중장입니다.

"아들은 자살하지 않았다"며 19년 동안 군과의 외로운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김 중장은 군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이 소식은 강정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소대장으로 복무하던 김훈 중위가 초소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군 수사당국은 권총 자살로 결론 내렸지만, 현장 증거를 제대로 보존하지 않는 등 부실 수사로 의혹을 키웠습니다.

일각에선 김 중위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군과 접촉해 온 부하 장병들의 군기 문란 행위를 뿌리 뽑으려다 살해당했다는 의혹까지 나왔습니다.

[특별합동조사단 (지난 1998년) : 소대원들의 군기 문란 행위 등을 포함한 관련자 진술 등을 청취할 예정입니다.]

군내 대표적인 의문사로 남은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국방부는 공무 연관성을 인정해 사망 19년 만에 순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경기도 벽제 육군 안치소에 보관돼 온 김 중위의 유골도 곧 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입니다.

[조진훈 / 국방부 영현 관리 심사 팀장 : 개정된 군인사법과 시행령에 의해서 사망의 형태가 자살이던 타살이던 진상규명 불능이든 관계 없이 사망과 공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 경우엔 순직으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순직 심사만 한 것이어서 김 중위의 사망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김 중위의 아버지인 김척 예비역 중장은 군 당국의 초동 수사 잘못으로 오랜 세월 고통을 겪었다며 이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척 (예비역 중장) / 김훈 중위 아버지 : 군 지휘부가 우리는 과거에 이런 잘못을 했습니다. 인정합니다. 이제 새 출발하겠습니다. 용서를 구하면, 우리는 박수를 치고 정의로운 군대로 가는구나! (그런데) 이게 아직 안 됐습니다.]

국방부는 김훈 중위와 함께 스트레스가 사망 원인으로 인정된 임인식 준위 등 4명에 대해서도 순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어 민간 심리학자와 인권변호사 등을 순직 심사위원에 추가하는 등 군 의문사 조기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강정규[liv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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