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염색해라" 사생활 간섭도 업무지시?

"흰머리 염색해라" 사생활 간섭도 업무지시?

2017.08.23. 오후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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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가 많은 직원에게 검게 머리 염색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지시를 안 따르면 대기발령 조치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머리 염색도 직장상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걸까요?

바로 대기업 계열사 롯데월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염색하지 않으면 대기발령이라는 명백한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했는데요.

"대기업 다니는 사람답게 행동하라"며 "회사를 우습게 아느냐"고 다그쳤습니다.

염색지시 이전엔 통화연결음 지시도 있었습니다.

흔히 '컬러링'이라 불리는 휴대전화의 통화연결음을 롯데월드 홍보 내용으로 바꾸라고 전 직원에게 지시했던 건데요.

염색을 강요당한 직원은 통화연결음을 바꾸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 대표이사의 흰머리 트집까지 잡힌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머리염색도 통화연결음도 엄밀히 사생활 영역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권고 정도까진 이해한다 치더라도 그걸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을 해도 되는 걸까요?

토요일은 토하도록 일하는 날, 일요일은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일하는 날이란 총각네 야채가게의 업무 슬로건 기억나시나요?

회사를 위한 직원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듯했던 이영석 대표처럼,

이동우 전 롯데월드 대표 역시 직원의 사생활을 회사를 위해선 희생할 수 있단 생각을 하진 않았을까요?

이동우 전 대표는 인권위와 법원의 판단으로 이미 마무리된 일이라면서도 당시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사과가 괴로웠던 직원의 과거 감정까지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순 없겠죠.

업무는 업무로만 평가하고 직원의 사생활은 침해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이번 기회로 정착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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