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들어오는 '서양인 구걸 배낭족'

우리나라에도 들어오는 '서양인 구걸 배낭족'

2017.08.17. 오후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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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들어오는 '서양인 구걸 배낭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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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 관광지나 번화가에서 백인들이 거리에 앉아 '구걸'을 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이른바 '구걸 배낭족'으로 불리는 서구인들이다.

과거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여행 자금이 떨어져서 고국으로 갈 수 없으니 여행 경비를 보태달라면서 작은 엽서나 사진, 자신들이 그린 허접스러운 그림 등을 팔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서울 홍대, 신촌, 영등포, 부산 서면 등 대도시에 주로 좌판을 깔고 앉아서 구걸한다.

과거 동남아시아에서는 서구인들이 값비싼 DSLR 카메라를 곁에 두고 돈이 없다고 구걸을 하는 사진이 논란이 되고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상습구걸을 일삼던 외국인들을 추방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오는 '서양인 구걸 배낭족'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한 현지 언론들은 아시아인은 서구에 여행을 갈 때 현지 국가들에 얼마나 체류할 것인지, 돈은 얼마나 있는지 숙소는 어디인지 철저하게 확인받지만, 서구인들은 아시아에 여행 올 때 돈 없이 와도 착한 동양인들이 도와줄 거라는 이상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파는 엽서나 사진이 모두 비슷해서 처음부터 '구걸'을 하며 여행할 목적으로 입국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장기 여행을 나설 형편이 되지만 가난한 현지인들을 속여 공짜로 여행하려는 이들을 막아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돈이 없는데 여행하고 싶다면, 왜 아시아에서만 돈이 없고 다른 서구 여행지에서는 이러한 구걸을 하지 않느냐는 반문도 이어진다.

한 트위터 계정은 아시아 여행지에서 값싼 엽서를 팔거나 길거리 거리공연으로 돈을 벌려는 외국인의 사진을 올려놓고 "여행 와서 돈을 탕진한 이유가 뭘까? 여자? 술? 아니면 딴 거?"라는 글을 올려 이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들어오는 '서양인 구걸 배낭족'

현지 주민이 거리에서 구걸하는 경우는 일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거나 자녀의 학비를 벌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구인들은 비행기 표를 사서 해외여행을 왔을 뿐 아니라 카메라를 갖고 있으며 현지 비자도 받을 능력도 있다. 그런데도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이 친절하고 뭐든지 도와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현지인에게 접근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적인 목적의 크라우드 펀딩을 하기도 하고 펀딩 자금을 모으기 위해 자극적인 미션(벌레 먹기, 정글 트레킹 등)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젊은 사람들 가운데 "우리나라를 알리겠다"는 모호한 계획을 세우고 기금을 모은 뒤, 언론사 등에 "특이하고 재미있는 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스스로 제보하기도 한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은 네팔에서 '무전여행'을 하는 내용을 컨셉트로 삼기도 했다. 무전여행을 마치 낭만으로 포장하면서 관광 수익으로 먹고사는 현지 주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태국에서는 외국인의 구걸 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올해 중순부터 자국에 입국하는 서양인 관광객들이 1인당 1만바트(우리나라 돈으로 약 33만 원) 이상의 현금을 가졌는지 단속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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