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 결심공판 코앞...117일만에 말문 연 이재용

[뉴스통] 결심공판 코앞...117일만에 말문 연 이재용

2017.08.04. 오후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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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합니다만,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말,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이말 만 반복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부회장의 1심 재판, 오늘 사실상 마무리 됐죠.

첫 공판이 시작된 지, 117일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서 입을 연 이 부회장이 '꺼내 놓은 말'들, 어떤 발언들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바라고 측근인 최순실 씨 승마지원과 미르와 K스포츠 재단,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298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입니다.

이번 재판의 가장 큰 쟁점.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의 여부입니다.

특검팀과 삼성 측은 두 사람이 세 차례 독대했고, 이 부회장이 최 씨 일가에 약속한 433억 원 중 298억 원을 건넸다는 사실은 '인정'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돈의 성격을 놓고 특검팀은 뇌물이라고 보고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청문회에서, 최 씨에 대한 지원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황영철 / 바른정당 의원 (지난해 12월 6일) : 삼성이 회장사인 승마협회에다 지원하지 말고 개인에게 직접 지원하라는 결정은 누가 내렸을 것 아니에요? 이 잘못된 결정을 누가 내렸다는 겁니까? 기억 안 납니까?]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해 12월 6일) : 최근에 다 보고를 받았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재판에서도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부당한 청탁이 오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검은 "첫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정 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요구했다"고 밝혔지만, 이 부회장은 정유라가 누군지 몰랐고, 1차 독대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고 했습니다.

특검이 공소장에서 본격적인 청탁과 뇌물 요구가 오갔다고 적시한 2, 3차 독대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작업이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언급은 없었다" 고 진술했습니다.

특히, 2차 독대에 대해 이 부회장은 "제가 아버님께 야단맞은 것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여자분한테 그렇게 싫은 소리 들은 게 처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이 미흡하다고 박 전 대통령이 질책한 상황을 묘사한 겁니다.

재판의 두 번째 쟁점은, 이 부회장의 최순실 씨의 존재를 언제 알았고, 이 부회장이 최 씨에 대한 지원 사실을 '알았는지'에 대한 여부입니다.

[김한정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2월 6일) : 최순실의 존재에 대해서 누구로부터 들었습니까? (위원님, 사실입니다. 들은 것은…)]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해 12월 6일) : (다시 질문합니다.) 얼마 전에 들었는데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정말 기억을 못 하겠습니다.]

특검 측은 박 전 대통령과의 1차 독대가 이뤄진 2014년 9월 15일쯤 삼성이 이를 인지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특별 관리하면서 지원을 계속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어제 이뤄진 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승마 지원이 중단될 때까지 최순실 씨 모녀를 전혀 몰랐다면서 관련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습니다.

재판의 마지막 쟁점은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개입 여부'입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삼성의 실질적인 '총수'로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공판에서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 (음성 대역) : 저는 한번도 미전실에 소속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제 자신이 삼성전자 일을 계속해 왔지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다른 계열사의 업무에 대한 관심이나 책임감은 조금 늘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합병은 사장님들과 미래전략실에서 알아서 한 일입니다. 제가 함부로 개입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삼성 핵심 임원들 또한 자신들이 알아서 한 것이며, 이 부회장이 최 씨에 대한 지원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지 못했고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방어했습니다.

최 씨 일가가 운영하는 한국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서류를 이 부회장이 직접 전달받았는지에 대해 삼성 측은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지난 1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은 "영재센터 계획안은 이 부회장에게 받은 게 아니라 안종범 전 수석이 건네준 것"이라면서 자신의 특검 조사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또한 “최지성 당시 미래전략실 실장 등이 제가 직접 받아온 것 같다고 얘기하고 제가 정신이 없다 보니 특검 조사를 받을 때는 그냥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 받았다는 확신이 들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때 변호인한테 제대로 말씀드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수희 / 변호사 : 이재용 부회장에게 불리했던 진술들이 이번 피고인들 신문에서는 다 번복이 된 겁니다. 피고인 신문에서 이렇게 진술을 번복하는 것은 구속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문제는 이게 뇌물죄가 유죄로 인정이 된다고 했을 때는 형량이 있어서 굉장히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겁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이재용 부회장의 공소장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박 대통령과의 3차 독대 시간을 오후에서 오전으로 변경한 건데요, 삼성 측이 이 부회장의 삼성 서초사옥 출차 기록 등을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주장한 내용이 받아들여진 겁니다.

또한, 재판부가 지적한 코어스포츠 계좌와 삼성 계좌를 구별하지 않은 부분도 바로잡았습니다.

총 52차례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공판.

오는 7일 결심공판에서 특검의 구형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재계 1위 삼성그룹 이 부회장에 대한 심판은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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