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버스 기사 휴게 시간' 보장?...혼선 키운 국토부

[중점] '버스 기사 휴게 시간' 보장?...혼선 키운 국토부

2017.07.21.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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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를 계기로 버스 기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법으로 휴게 시간을 보장하게 돼 있지만 버스업체 노사가 법규를 다르게 해석하다 보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대대적인 실태 점검에 나선 국토교통부조차 휴게 시간의 기준을 내놓지 못해 혼선만 키우고 있습니다

권남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종점에 도착한 버스가 승객을 내려주자마자 차고지로 이동합니다.

10분 남짓한 거리를 운전해 기름을 넣고 화장실에 다녀온 뒤, 쉴 틈도 없이 다시 버스를 몰고 출발합니다.

법으로 보장받는 쉬는 시간이지만, 어디서부터가 쉬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김 모 씨 / 버스 운전기사 : (차고지 가는 것도) 휴게 시간이라면, 회사에서 기사들이 운행할 수 있는 그 자리까지 차를 갖다 줘야 맞는 게 아니냐….]

방금 전쟁 같던 쉬는 시간이 끝났는데요.

버스는 곧이어 또다시 승객을 태우러 출발합니다.

지난 9일 졸음운전에 의한 경부고속도로 버스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는 기사들의 휴게 시간을 제대로 보장하는지 살펴보겠다며 버스 업체에 대한 특별 점검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YTN 취재 결과 국토교통부는 정작 법적 휴게 시간에 대한 기준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 (기준을) 지금 확정 지어서 말씀드릴 수는 없어요. 일단은 점검하고 위반 사유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현행법에는 '운행 종료' 이후 일정 시간 휴게 시간을 주게 돼 있는데,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겁니다.

'운행 종료'를 정류장으로 볼 것이냐, 혹은 버스 시동을 끄는 시점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운전기사들의 쉬는 시간은 많게는 하루 1시간까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김순경 /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사업주 측) : 저희도 명확하지 않아서 그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여객 운행을 시작하는 시점 (정류장)과 종료로….]

지난 2월 법 시행 뒤 버스 사업주와 노조 측이 각각 이 기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엉뚱하게도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아 혼란만 더욱 키웠습니다.

[위성수 /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노조 측) : 운행이라는 개념을 측정할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버스가 정차한 이후에도 세차, 정비, 주유 등 (근무가 이어집니다).]

국토교통부의 뚜렷하지 않은 기준에 혼선을 겪는 건 당장 업체 점검을 시작한 지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자체 버스 업체 점검 담당자 : (일부) 업체는 (휴게 시간) 기준을 마지막 정류장과 첫 번째 정류장으로 생각해서 배차를 짜고 있는데, 어떤 업체는 차고지 기준으로 하고 있고….]

사고 버스 업체를 조사 중인 경찰 역시 국토교통부에 '운행 종료'에 대한 기준을 물었지만 일주일 가까이 공식 답변을 받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사고 이후 계속되는 비판에 부랴부랴 업체 점검에 나선 국토교통부.

별다른 준비도 없이 여론에 등 떠밀려 생색내기식 점검에 나선 꼴이 됐습니다.

YTN 권남기[kwonnk0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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