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아저씨 뱃속에 아기는 없죠?" 지하철 풍자詩 열풍!

[이브닝] "아저씨 뱃속에 아기는 없죠?" 지하철 풍자詩 열풍!

2017.07.18. 오후 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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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죠?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막간을 이용해 음미할 수 있게 스크린 도어에 인쇄된 시입니다.

애초 취지는 '시민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제공한다'인데, 지하철이라는 장소와는 어울리지 않는 시가 많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의견도 많았죠.

최근 서울시가 이 스크린 도어에 붙일 시를 공모했는데요,

이에 평소 불만이 있었던 누리꾼들, '진짜 지하철 시'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며 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감출 수 없는 끼와 재치가 맘껏 발휘됐는데요, 한 번 보실까요?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여기까지는 노래 가사인가 싶은데, 반전이 있습니다.

바로 "내리면 타야지!"

알고 보니 내리는 승객들을 기다리지 않고 누가 쫓아올세라, 그 누구보다 먼저 지하철에 몸을 싣는 사람들을 꼬집는 시였네요.

몇 가지 더 볼까요?

고대가요 '구지가'를 패러디한 작품도 있습니다.

'아재 아재요. 다리를 오므려라. 오므리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면서 일명 '쩍벌남' 승객을 비판했네요.

지하철 예절을 지키지 않는 남성들의 모습을 풍자한 시는 또 있습니다.

임산부 전용석의 저 아저씨, 몇 개월이세요? 뱃속에 있는 게 아기는 아닌 거 같은데….

임산부 전용석에 앉아 자리를 비키지 않는 아저씨를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지난해 구의역에서 안타까운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를 당한 김 모 군을 기리는 시도 있었습니다.

이 문에서 스무살 청춘이 죽었다.

점심에 먹을 사발면 하나 남기고.

당시 김 군의 가방에는 끼니를 때울 컵라면이 들어있었던 것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죠.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잊지 말자는 슬픈 외침으로 들립니다.

지금 스크린 도어를 장식하고 있는 시 중에도 물론 좋은 시가 많죠.

하지만 이렇게 누리꾼들이 올리는 시는 지하철 예절이 너무 쉽게 무시되는 우리네 풍토,

그리고 우리 사회 약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절묘하게 꼬집은 것들이라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는 다음 달 2일까지 작품 100편을 공모하는데요, 시청자 여러분도 톡톡 튀는 '지하철 시인'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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