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 되면 나타나는 과학·영재고 학생들의 '공부피로증'

대학 3학년 되면 나타나는 과학·영재고 학생들의 '공부피로증'

2017.07.12. 오후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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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각각 20곳, 8곳뿐인 과학고, 영재고엔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중학교 최상위 학생들이 진학합니다.

그리고 카이스트 신입생의 70%가 과학고, 영재고 학생인데요.

아무래도 일반고 졸업생보단 과학고, 영재고 졸업생이 대학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 같지요.

과연 그럴까요?

카이스트가 공개한 출신 고교별 학점 변화입니다.

2013년에 입학한 학생들의 1학년에서 4학년까지 학년별 학점 변화를 비교해 본 건데요.

처음에는 과학고와 영재고 학생들이 예측처럼 앞서고 있지요.

그런데 전공 수업에 들어가는 2학년 무렵에는 얼추 비슷해지더니 3학년 때는 일반고 학생들이 과학고, 영재고 학생들의 학점을 따라잡고요.

4학년 때는 추월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우리나라에서 수학, 과학 창의성 시험이나 면접까지 봐야 하는 과학고, 영재고에 진학하려면 빠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빡빡한 사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일찌감치 사교육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느낄 새가 있을까, 스스로 공부를 하는 방법을 배울 틈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입시 전쟁을 겪으며 과학고나 영재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또다시 대학교 선행 교육을 받습니다.

한 과학고 졸업생은 "과학고에 갔더니 대학 교재로 공부를 시키더라. 공부를 너무 힘들게 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과학고 학생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 지수에서 이런 현상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과학 점수는 72개국 중 5~8위로 상위권인데요.

하지만 과학을 학습할 때 정서적인 즐거움을 느끼는지에 대한 실험에선 우리나라 학생들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순위도 61번째로 하위권을 맴돌았습니다.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견뎌내며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은 누군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 주지 않는 대학에선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합니다.

카이스트 입학처장을 지낸 이승섭 교수도 "정작 대학에 와서 전공 공부에 대한 열정을 잃는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우리네 교육기준으로 보면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학생들의 변화와 감정.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과도한 사교육, 선행 학습 때문에 공부에 흥미가 떨어지고, 역으로 피로를 느끼는 '공부 피로증'이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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