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6년...소외된 자들의 절규

가습기 살균제 참사 6년...소외된 자들의 절규

2017.06.30. 오전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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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희생자가 천2백 명에 이르면서 '안방 속 세월호'라고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정부 공식 발표 이후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정부가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을 내세워 피해자를 네 단계로 세분화하면서 공식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3, 4단계 판정자들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연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가대표 배구선수 출신 안은주 씨.

2008년 11월부터 2010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서 안 씨의 비극은 시작됐습니다.

간질성 폐 질환 판정을 받았고 이젠 걷는 것도 숨 쉬는 것도 어려운 상태지만 정부는 안 씨를 피해 3단계로 구분해 공식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안은주 / 가습기 살균제 3단계 피해자 : (폐 손상 조사위원회 소속 선생님이) 다시 2차 접수를 한 번 더 하라고. 이게 너무 반발이 심하니까 재검사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한 번 더 해보라고, 틀림없이 될 거라고 해서 피해자 신청했는데….]

남은 건 3억 가까운 병원비와 수십 개 합병증입니다.

2009년부터 1년 10개월 동안 집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는 이은영 씨.

가습기 살균제 사용 후 이 씨는 급성 호흡곤란, 자가면역질환, 심장 부정맥 등의 질병을 얻었고 13살 아들은 비염과 기관지염, 천식 등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기준에 따라 이 씨와 아들은 공식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은영 / 가습기 살균제 4단계 피해자 : 아이 때문에 지금까지 왔기 때문에 억울하게 아이가 피해자가 아니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바로 잡아줬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현재 정부의 기준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네 단계로 분류하는데 1, 2단계 판정자만 공식 피해자로 인정돼 배상과 지원을 받습니다.

무려 70% 넘는 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과 배상도 받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은 인정되지만, 공식 피해자로 판정할 수 없다는 정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최초 발표 후 급하게 만들어지고 단 한 차례도 변경된 적이 없는 피해 인정 기준 때문입니다.

정부의 역학조사를 통해서 폐를 찍은 영상 사진이 뿌옇게 보이는 '간유리 음영'현상과 급성 폐 섬유화, 즉 빠르게 폐가 굳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만 피해자로 인정받는 겁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판정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홍수종 / 폐 이외 질환 검토위원회 공동위원장 : 앞으로 이게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어디까지 퍼져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히 (질환 인정이) 더 넓게 확장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 (가습기 살균제) 질환 자체가 폐 손상 외에도 다양한 범위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3, 4단계 피해자의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신고 접수한 5천600여 명 가운데 1천200여 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또 4천여 명은 아직 정부 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밤 국민신문고에서는 소외된 가습기 살균제 3, 4단계 피해자들의 외침을 조명하고, 왜 대형 참사가 6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피해만 키우고 있는지 집중 분석합니다.

YTN 이연아[yalee2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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