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당 안 주려고...호텔들의 '알바 블랙리스트'

단독 수당 안 주려고...호텔들의 '알바 블랙리스트'

2017.06.26. 오전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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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사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차별 문화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 '작은 차이, 큰 차별' 오늘은 그 첫 순서로 국내 유명 호텔들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관행을 지적합니다.

호텔들은 수당을 아끼기 위해 이른바 '블랙리스트' 명단까지 만들어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는데, 호텔 직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열심히 일했던 젊은이들은 이용만 당했다는 생각에 분통을 터트립니다.

양시창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겨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이 만든 이른바 아르바이트생 관리 문서입니다.

'근무 제한'이라는 제목에 일용직 아르바이트생들의 이름과 부서가 적혀있습니다.

직원들은 이 명단이 호텔에서 일한 시간이 많은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제한하기 위한 일종의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합니다.

[A 씨 / 롯데호텔 아르바이트 경험자 : (명단에 오르면) 인력 소개업체 측에서 근무 안내 문자도 안 보내주고, 다시 (근무연장) 신청하면 안 되느냐고 물으면 호텔 측에서 막았다고….]

현행법을 보면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해도 일주일에 평균 15시간 이상 일할 경우 시간 외 수당은 물론 퇴직금도 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수당과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생들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겁니다.

법의 테두리 아래에서 사실상 편법으로 값싸게 인력을 부려온 건데, 호텔 측도 일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롯데호텔 관계자 : 연회팀에서 관리하시는 지배인님들이 부적절하게 관리를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의 아르바이트생 관리가 비단 이 호텔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실제 YTN 취재 결과 국내 상당수 특급호텔들이 이런 방식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부려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력 공급 업체 대표 : 일용직을 쓰는 호텔 중에 그 얘기(근무 시간)를 안 하는 호텔은 제가 장담하는 데, 없어요.]

호텔 직원을 꿈꾸며 열정을 가지고 일했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이용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호텔 아르바이트 피해자 : 이틀에 나눠서 7시간씩 고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알바생들에게 하루 쓰고 버릴 물건처럼 최대한 뽑아 쓰려고 그랬던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한 푼이 아쉬운 경력 단절 여성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층이 몰리면서,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이른바 '초단시간 근로자'들은 해마다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영민 /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 그동안 우리 사회가 (초단시간 근로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주지 않는 측면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때문에, 법을 악용한 업체들의 꼼수도 문제이지만, 척박한 일자리 현실을 반영해 법에 담긴 차별적 요소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양시창[ysc0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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