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우병우 라인 솎아내기' 시작...검찰 개혁 신호탄

[취재N팩트] '우병우 라인 솎아내기' 시작...검찰 개혁 신호탄

2017.06.09. 오전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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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법무부가 전격 단행한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의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공개적으로 문책당한 검사들은 발표 당일 곧바로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새 정부가 추진해 온 검찰 개혁의 실질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더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김승환 기자!

우선 어제 인사 발표 당시부터 되짚어보죠.

예정에 없던 깜짝 발표였는데, 검찰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이번 인사는 여러모로 갑작스럽고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어제 오전 9시 반쯤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소식을 기자단에 알렸는데요.

정식 인사철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 인사 대상자들에게도 발표 직전에야 언질을 줬을 정도로 깜짝 발표였습니다.

또 법무부는 이번 인사 경위에 대해 과거 부적정한 수사 처리로 문제가 제기된 검사들을 비 지휘부서로 발령냈다며 그 성격을 분명히 했는데, 사건 처리를 잘못한 검사라고 공개적으로 낙인찍었다는 점에서 검찰 내부에서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청와대의 입김이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인사 대상자들의 면면을 한 번 짚어보죠.

[기자]
어제 '좌천성 인사' 조처가 내려진 검찰 고위 간부는 모두 6명입니다.

윤갑근 대구고검장,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 등 4명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났습니다.

이 자리는 보통 검사장급 승진을 앞둔 인사들이 잠시 거쳐 가는 보직입니다.

이 자리로 인사가 난 고위급 간부 4명은 어제 곧바로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또 유상범 창원지검장은 광주고검 차장검사로,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은 서울고검 검사로 각각 전보됐습니다.

일선 지방검찰청보다 상위 기관인 고등검찰청으로 가면 영전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등검찰청은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곳이라 내부적으로 한직으로 평가받는 곳입니다.

[앵커]
자 그럼 해당 검사들이 부적정하게 처리한 것으로 의심받는 사건은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이들은 모두 박근혜 정권에서 정부 입맛에 맞는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인물들입니다.

우선 윤갑근 고검장은 지난해 우병우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는데, 별다른 성과 없이 수사를 마무리해 비판을 받았고, 당시 우 전 수석 조사 때는 이른바 '황제 소환' 논란만 불거졌습니다.

우 전 수석과 대학, 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두터운 김진모 지검장은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재직하며 세월호 수사 축소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또 전현준 지검장은 과거, 광우병 논란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을 재판에 넘겼다가, 대법원 무죄 판결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공안통으로 알려진 정점식 부장은 과거 통진당 해산을 주도했고, 지난 총선 수사 당시엔 편파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 당시 각각 중앙지검 3차장과 형사 1부장으로 수사를 맡은 유상범 지검장과 정수봉 검사에게도 좌천성 인사가 내려졌습니다.

[앵커]
이 검사들은 또 지난해 박영선 의원이 공개한 이른바 '우병우 사단'에 포함됐었죠?

[기자]
지난해 11월 박영선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라고 불리는 검사 명단 12명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박 의원은 이들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의 친분으로 검찰에서 요직을 맡아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대상에 포함됐던 인사들이 최근 줄줄이 옷을 벗거나 중징계 위기에 처했는데 이 때문에 '박영선의 저주'가 통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 '우병우 사단'의 존재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우병우 사단'이라는 것도 결과론적으로 끼워 맞추기식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특정 대학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조직에서 잘 나가는 이른바 '에이스'들이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검찰 특성상 이를 두고 사단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앵커]
자, 이번 인사가 앞으로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그 근거는 뭔가요?

[기자]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검찰을 개혁 1순위로 지목했습니다.

민정수석에는 비검찰 출신의 조국 서울대 교수를, 그리고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수장에 국정원 댓글 수사 항명 파동으로 한직을 떠돌던 윤석열 검사를 임명하며 큰 충격을 줬는데요.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선봉에 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인선에 장고를 거듭하는 가운데, 정기 인사 전 검사장급 이상 고위급 간부들이 줄줄이 옷을 벗으면서 인적 청산의 물꼬를 텄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앞으로 새로 임명된 장관과 총장과 함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져 본격적인 검찰 개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앞으로 새롭게 임명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인선에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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