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암초', 폐어구 유발 선박 사고 급증

'움직이는 암초', 폐어구 유발 선박 사고 급증

2017.05.31. 오전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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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마다 국내에서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구들은 최소한 4만여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지나가는 배가 그물이나 밧줄에 걸려 일어나는 사고가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에는 400여 건을 넘어섰습니다.

YTN 데이터 저널리즘팀이 폐어구로 인한 선박 사고 실태를 분석했습니다.

함형건 기자입니다.

[기자]
낚시 어선의 추진기에 밧줄 한 다발이 엉켜 있습니다.

2시간 넘게 표류한 이 어선은 해경 잠수요원이 밧줄을 제거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버려진 폐어망이나 밧줄에 지나가던 배가 걸려 꼼짝 못 하게 되면, 표류뿐 아니라, 갑작스럽게 높아진 파도로 배가 뒤집히는 등 2차 사고의 위험도 발생합니다.

이 같은 폐어구 관련 선박 사고는 재작년 247건에서 지난해에는 413건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YTN 데이터저널리즘팀이 2010년부터 올해 4월까지 폐어구로 인해 일어난 선박 고장과 사고 1,047건의 사고 빈도를 지도에 표시했습니다.

인천 옹진군 주변 해역이 가장 사고가 잦았고, 태안과 군산 앞바다 그리고 부산과 제주도 북쪽 연안에도 사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폐어구가 걸려 고장을 일으킨 여객선을 살펴보니, 2/3가 워터제트 방식으로 추진하는 쾌속선이었습니다. 추진기의 물 흡입구에 이물질이 들어가기 쉬운 구조 때문입니다.

특히 백령도와 인천항을 오가는 쾌속선인 하모니 플라워호는 2013년부터 무려 9번이나 폐어망 등에 걸리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해양 부유 쓰레기의 수거량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폐어구가 버려지고 있는데도, 정확한 실태 파악은 물론 체계적인 관리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대영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장 : 폐어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어구 관리법이 빨리 마련돼서 어구 생산이라든지, 제작 유통, 사용 단계까지 관리할 수 있는 그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선박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도 훼손하는 폐어구 문제.

어구 이력 관리제도를 하루 빨리 도입하는 한편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어구를 더 적극적으로 보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함형건[hkhah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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