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인터뷰①] "전과가 많을수록 여성을 범행대상으로 삼는다"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 당시 프로파일러로서 범인을 직접 만났던 권일용 경정을 만났다. 권일용 경정은 정년을 몇 년 앞둔 올해 4월 명예 퇴임했다. 권 경정은 은퇴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천 명이 넘는 범인을 만나보니, 개별 사건보다 '경찰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2부에 걸쳐 진행했다.

최근 10대 소녀 살인사건도 그렇고, 강력범죄에 '조현병'이 많이 오르내린다.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조현병 환자 가족들이 편견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권일용 경정(이하 권 경정): 사실 조현병은 묻지 마 범죄와 관련이 없다. 대부분은 지속적 스트레스로 인한 범죄고, 정신병력이 없는 일반인이다.
불특정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서 조현병과 같은 질병으로 인한 범죄는 1/3이 안된다. 지속된 스트레스를 벗어날 방법이 없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조현병 환자의 경우, 치료를 중단하거나 사회로부터 고립되면 망상이 증가하면서 사람을 공격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거다. 모든 조현병 환자가 잠재적 범죄자는 아니다.

당시 범인은 흉기를 준비하고 피해자를 물색했다. 조현병 환자가 이렇게 차분한 계획이 가능한가?

-권 경정: 범인과 대화를 나눠보니 그 사람은 자기 확신과 왜곡된 망상에 대한 확신이 뚜렷했다. 요구도 당당하게 했다. 커피를 달라거나 물을 달라거나. 이 말은 곧 범인이 정신이 와해된 상태는 아니라는 소리다. 흔히 조현병은 사고체계가 무너진 상태라고 생각하는데, 범인은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피해자를 물색하는 등 완전히 무너진 상태가 아니었다.

범인은 화장실에 건장한 남성이 들어왔을 때는 공격하지 않았다. 범인은 약자를 대상으로 잡은 거다. 법정에서는 약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자들이 자신을 공격하고 멸시했다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경정님이 말씀하신 약자에는 여성, 아동, 노인 등이 포함된다.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해도 사회는 여성 혐오의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한다. 반대로 본인이 범죄자라도 당연히 여성을 공격하겠다는 남자들도 있다. 범인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는 반응이 나오는 사회가 정상인가?

-권 경정: 범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약자를 공격한다는 것은 자신의 범행을 완성하기 위한 방법이다. 범행 계획에 이미 포함된 것이다. 즉, 대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현하겠다는 계획의 목적으로 보는 것이 맞다. 범죄자들이 아동, 여성, 노인을 물색하는 건 범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연구를 해보니 범죄자들이 전과가 없을수록 남성을 공격하고, 전과가 더해질수록 여성을 공격한다. 범죄자들은 남성을 공격할 때는 실패할 확률이 있어서 범행을 끝까지 실행하기 위해서 약자를 물색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범죄자들이 자신의 감정 해소를 위해 타인의 감정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다. 거기다가 책임을 그 희생자에게 돌리고.
예를 들어 범인의 법정에서의 표현들….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라고 하는 말은 결국에서는 "나(범인)는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고, 이걸 범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는 표현이다.

범인은 징역 30년, 교화를 위해서 20년 치료감호 처분을 받았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권 경정: 국가에서 특정 기관에 의탁해서 치료한다. 치료와 처벌을 함께 한다. 사실 교화된다는 건 쉽지 않다.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실 한국 사회 전체가 정신 장애에 대해서 편견이 너무 많아서 환자와 가족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정신 치료를 받는 기간이 가장 길다. 초기 정신병이 발생했을 때 치료하면 금방 해소되었을 문제를 극한의 상황까지 끌고 가서야 치료를 하기 때문이다.

범인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35살인데, 나오면 65세다.

-권 경정: 치료의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충분히 재범의 우려가 높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데도 감옥에서 나오면 더 이상의 조치를 할 수 없나?

-권 경정: 우리나라는 국가가 끝까지 돌봐주거나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어있지 않다. 정말 큰 문제다. 범인이 출소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기관이나 주변으로부터 치료받을 기회가 없어서 다시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

강남역 살인사건 범죄를 사이코패스와 동일시하기도 한다. 절대적인 악처럼 묘사하기도 하고.

-권 경정: 조현병으로 인한 범죄자와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점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거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이코패스는 왜곡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지만, 정신질환은 망상으로 인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사이코패스와 유사해 보일 수는 있지만, 둘은 다르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는 관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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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PLUS 최가영 모바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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