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이슈] "나 떨고 있니?"...잔인한 정의 앞의 검찰

[뉴스앤이슈] "나 떨고 있니?"...잔인한 정의 앞의 검찰

2017.05.16. 오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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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검찰총장이 어제 대검찰청에서 이임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사퇴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사퇴를 결정한 김수남 전 총장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관심이 쏠렸는데요.

우선 이 내용부터 들어보시죠.

[김수남 / 前 검찰총장 : 검찰권은 절제 있게 행사되어야 합니다. 송나라의 문인 소동파(蘇東坡)는 “인자함은 지나쳐도 화가 되지 않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過乎仁 不失爲君子 過乎義 則流而入於忍人 故仁可過也 義不可過也)라고 하였습니다. 수사에 있어서 소신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나만이 정의롭다는 생각은 경계하여야 합니다. 재판의 미덕은 공정에 있고, 수사의 미덕은 절제에 있습니다.]

"나만 정의롭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김 전 총장의 이임사가 검찰 개혁에 대한 조국 민정수석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의 관련 발언 들어보시지요.

[조 국 / 청와대 민정수석 : 검찰은 아시다시피 기소권·수사권을 독점하고 있고, 헌법을 통해서 영장 청구권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엄정하게 사용해 왔는가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문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만드는 것이 검찰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검찰을 살리는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고요.]

정의가 지나치면 잔인하다는 김 전 총장의 말.

조국 수석의 검찰 개혁 발언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 검찰 수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해석이 따를 수밖에 없을 텐데요.

최근 국정농단의 검찰 수사팀이 우병우 전 수석과 연결됐다는 의혹이 있는 검찰 인사와 술자리를 가진 문제가 불거져 더욱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의혹을 정리해드리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 지휘부와 법무부 간부들이 사건을 재판에 넘긴 후에 술자리를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 우병우 전 수석이 1,000여 차례 통화를 시도했던 검찰국장이 참석했고, 돈 봉투까지 오갔기에 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 측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이라고 해명했고, 법무부도 감찰 계획이 없다고 말했는데요.

검찰 출신인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어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 모임을 비판했습니다.

[이용주 / 국민의당 의원 : 검찰이 여러 가지로 국민적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대한 판단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는 분들이 검찰국장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꼴 아니겠습니까?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든지 우병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한 상태에서 불과 나흘 정도 지난 시점에서 이런 모임을 했다는 것은 국민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오늘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는데요.

부적절한 회식보다 의혹의 당사자인 검찰국장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병우 수석과 왜 통화를 했는지? 통화 내용과 수사에 개입을 한 부분이 있는지를 새롭게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노회찬 / 정의당 의원 : 이 사건을 덮기 위해서 즉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 어떤 행위들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되지 않았다. 그것이 1000통 이상 통화를 갖다가 시도되고 100통 이상 통화를 검찰국장과 민정수석이 통화한 그런 것도 통화 기록만 확인됐을 뿐이지 왜 그렇게 통화했지만, 무슨 통화를 했는지, 어떻게 수사를 방해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의 지시 하에 어떠한 수사를 갖다 방해하기 위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그런 시도들이 있었는지 전혀 수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은 새롭게 수사해야 할 사안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국민이 문재인 정부 개혁 과제 1호로 꼽은 검찰 개혁.

부적절한 회식 논란과 전 검찰 수장의 말까지 겹치면서 검찰 개혁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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