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 그늘, 가정 덮치는 간병 쓰나미

고령화의 그늘, 가정 덮치는 간병 쓰나미

2017.04.07. 오전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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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UN이 정한 고령사회 기준인 14%에 육박하면서 간병이 필요한 노인 환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담을 가족이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에 따른 정신적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가정 자체가 파괴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고령화 속에 드리워진 간병의 그늘을 이연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0년째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는 55살 전순홍 씨입니다.

24시간 어머니 곁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은 모두 포기했습니다.

[전순홍 / 10년째 치매 어머니 간병 : 경제적으로 늘 한계 상황에 내몰리니까 그게 근본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것이고, 요즘에는 정말 한계를 느껴요. 언제까지 내가 어머니를 돌볼 수 있을까.]

지난해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내를 돌보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 69살 안 모 씨.

아들이 회사를 옮기는 등 온 가족이 매달리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안 모 씨 / 뇌경색 아내 간병 : 아들 장래를 생각하면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있으면 아들이 필요 없죠. 근데 뭐 먹고 살아. 가족이 전부 다 힘들어하고 있죠.]

한 달 기준 평균 28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간병.

그런데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는 환자 중 월급이 200만 원 이하인 사람은 85%입니다.

결국, 간병 부담이 '간병 실직' 등 심각한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많은 돈을 들여 전문 시설에 맡겨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7월 치매를 앓던 어머니를 믿고 맡긴 요양병원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는 40대 여성 김 모 씨.

[김 모 씨 / 요양병원 폭행 피해자 가족 : 침대 바에 꽉 묶고, 엄마는 세워진 상태에서 이렇게 점프하고 계시더라고요. 엉덩방아를. 눈은 뒤집히고 동물의 비명을 지르고 계셨어요.]

84살 홍 모 할머니가 숨지기 8일 전 모습입니다.

왼쪽 종아리에 시퍼런 멍 자국이 있고 엉덩이에는 손톱으로 할퀸 자국이 보입니다.

[강 모 씨 / 홍 모 할머니 유가족 : (병원에 갔더니) 어머니가 반색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시더라고. 왜 그러시냐고 그러니까 (조선족) 간병인이 자기를 며칠 동안 폭언하고 폭행하고 밤에도 때리고.]

의혹이 제기되자 이 조선족 간병인은 조사를 피해 재빨리 해외로 도주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이나 간병인 파견업체 모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합니다

[요양병원 관계자 : 원천적인 책임부터 간병 업체에서 뭔가 해결하고 나서 우리가 들어가는 거지. (우리 병원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조선족 간병인 파견업체 사장 : (해당 조선족 간병인은) 기간 만기가 다 됐을 거예요. (무슨 기간 만기요?) 외국인 등록증. 이런 이야기를 내가 대답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 같다고요.]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간병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김진수 /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고령화 속도에 비례해서 간병 요구가 그대로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부분을 개인에게 맡겼다가는 상당 부분 비용 폭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빨리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밤 9시 국민신문고에서는 갈수록 커지는 간병 부담과 이에 따른 각종 피해 등을 짚어보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입니다

YTN 이연아[yalee2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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