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사저까지...긴박했던 23분

청와대에서 사저까지...긴박했던 23분

2017.03.13. 오후 12:1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이 4년여 동안 머물던 청와대를 나와 사저까지 가는 길은 불과 2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퇴거 날짜는 물론이고 시간까지 모두 불투명했던 순간 속에, 사저 이동 현장을 함께 뒤쫓았던 사회부 취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아영 기자!

어제 박 전 대통령의 사전 이동을 함께 따라가며 동행 취재했어요.

안에서 보기에도 상당히 긴박하게 움직였던 것 같은데 실제 당시 상황은 어땠습니까?

[기자]
저도 여러 번 현장 취재를 나갔지만 이번 취재는 상당히 긴장된 순간이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차량 행렬을 뒤따라가면서 촬영기자는 영상 취재를, 취재기자인 저는 전화연결을 통해 현장을 그대로 보도하고 있었는데요.

애초 저희가 예상했던 소요 시간은 30분가량이었는데, 불과 23분 만에 도착할 정도로 상당히 속도감 있게 이동했습니다.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따라가면서 생방송으로 보도해야 하다 보니, 저로서도 상당히 조마조마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앵커]
중간에 보니까 경찰 오토바이가 뒤따라가던 현장 취재진을 막아서던 순간도 있었어요. 당시 상당히 애가 탔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기자]
올림픽대로 진입을 앞두고 있었을 때입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처럼 진입을 앞두고 좌회전하는 순간, 경찰 오토바이가 취재진을 저지한 건데요.

그 1분도 안 되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의 행렬을 놓쳤습니다.

당시 저희가 취재하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 방송으로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당황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또 박 전 대통령 차량이 워낙 빨리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뒤따르기도 쉽지 않았는데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앵커]
어제 박 전 대통령의 이동 경로에 대해서도 막판까지 확실치 않았어요.

독립문 쪽이 아니라 시청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란 추측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어제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이동은 첩보 영화처럼 많은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진행됐습니다.

앞서 유력하게 꼽혔던 이동 경로는 청와대에서 서울 시청을 거쳐, 남산1호터널을 통해 한남대교를 건너가는 것이었습니다.

이 길이 삼성동까지 가는 가장 짧은 거리인데요.

하지만 실제 이동은 독립문 쪽으로 나가 서울역과 삼각지를 통해 반포대교를 건너는 길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독립문 방향을 선택한 것이 전날까지 촛불집회가 열렸던 광화문을 피하려고 그런 것이 아닌가 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경로도 불확실했지만, 언제 사저로 이동할지도 안갯속 아니었습니까.

당초 오늘에서 어제로 하루 앞당겨진 데 이어 사저 이동시간도 계속 미뤄졌는데, 현장에서 기다림도 상당했을 것 같아요.

[기자]
저희 취재진이 박 전 대통령이 사저로 이동할 것이란 내용을 확인한 게 어제 오후 3쯤입니다.

이때만 해도 오후 4시쯤 사저로 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는데요.

저도 곧바로 청와대로 출발해 생중계를 대비하고 있었는데 결국 하염없는 기다림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오후 6시에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이때부터 청와대 길목인 경복궁역 쪽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는데요.

실제 저희 취재진에 박 전 대통령 행렬이 포착된 것은 한 시간여 뒤인 저녁 7시 15분쯤이었습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불확실함 속에 저희도 상당히 애가 탔었습니다.

[앵커]
취재 화면에 잘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이동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도 나와 있었어요. 이동할 때 거리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저희가 경복궁역 쪽에 대기할 때부터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이동 소식을 듣고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퇴거를 반기며 풍선을 흔드는 모습도 보였고요,

길을 가다가도 멈춰서 휴대전화로 당시 순간을 담는 시민들도 상당히 많이 보였습니다.

청와대 근처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였다면 사저 근처에 도착하니 역시나 길가 곳곳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이 포착됐고요.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취재진을 향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상당한 항의와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부터 삼성동 사저까지 23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취재진에게는 지금 생각해도 살 떨리던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최아영[cat24@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