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잇단 무죄...지워지지 않는 낙인

'방산비리' 잇단 무죄...지워지지 않는 낙인

2017.02.19. 오전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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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4년 11월부터 시작된 범정부적 방산비리 수사와 관련해, 최근 무죄 판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구속 기소돼 평균 5~6개월의 구치소 생활까지 했는데, 누명을 벗었지만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오히려 극심한 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박조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우석하 씨는 인생의 황금기 25년을 조국에 바친 예비역 공군 대령입니다

뜻하지 않은 일이 닥친 건 2년 전.

[우석하 / 전 공군 대령 : 갑자기 월요일 아침 7시에 찾아와서 체포 영장을 들이밀면서 우리 집안 다 뒤져서 컴퓨터 이런 거 다 가져가고 불려가서 그날부터 못 나왔죠. 그게 시작이에요.]

퇴역한 뒤 입사한 방산 업체에서 무기 수리대금을 부풀린 사건이 터졌는데, 우 씨 등 예비역 군인 3명이 공범으로 체포된 겁니다.

구치소 생활도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우석하 / 전 공군 대령 : 사회에서 입던 옷 다 벗기고 죄수복 주고 고무신 주고 순간부터 굉장히 모멸감을 느껴요. 그리고 밥 그릇 몇 개 주거든요.]

함께 구속된 다른 2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천기광 / 전 공군 장성 : 1분도 못 잤어요. 며칠간. 한 달 만에 분노에 의해서 체중이 13kg가 빠졌었어요.]

이유는 같았습니다.

이들에겐 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수사와 재판에서 다른 누군가의 진술을 내세웠지만, 법원은 과장되거나 꾸며진 허위 증언이고, 이 외에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 무죄 판결까지 죄도 없이 구치소에서 보낸 시간이 반 년. 3심 무죄 확정까지 2년이 걸렸습니다.

[우석하 / 전 공군 대령 : 회복이 안 되죠. 회복을 해 주겠어요? 그냥 당하는 사람만 당해라 이게 대한민국 법 아니에요.]

무고한 옥살이가 불러온 잇단 비극을 이 40대 남성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방산비리 사건의 공범으로 몰려 체포된 것이 지난 2015년 4월.

당시 고3 수험생이던 큰 아들은 대학도 포기한 채 돈을 벌기 위해 호주로 떠났습니다.

[김성태 (가명) / 전직 해군 중령 : 세상 죄 없는 우리 아들들이 면회 와서도 항상 그랬어요. 아빠는 항상 자랑스러웠다고. 믿는다고. 큰 애랑 한 번씩 통화하면 그래요. 미안하다고, 아빠가 아빠로서 너한테 해 줘야될 때 그래서 가장 미안해요. 큰 애한테.]

한 전직 장교는 구치소 수감 기간, 아내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해군의 수장이던 황기철 전 총장은 명예를 빼앗긴 채 끝내 조국을 등지고 살아갑니다.

그들 대부분은 관련된 기억을 언급하는 것조차 극도로 꺼려 하고 고통스러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YTN 박조은[joe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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