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기업이 기술 훔쳐"...경찰, 코오롱 계열사 표절 의혹 수사

단독 "대기업이 기술 훔쳐"...경찰, 코오롱 계열사 표절 의혹 수사

2017.02.03. 오전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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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재벌그룹인 코오롱 그룹 계열사가 개인 개발자 소프트웨어를 몰래 베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코오롱 측은표절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저작권위원회와 법원 모두 저작권 침해 소지를 인정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최기성 기자 나와 있습니까?

그러니까 대기업인 코오롱그룹 계열사가 개인 개발자의 소프트웨어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거군요?

[기자]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코오롱베니트는 국내 재벌 그룹인 코오롱그룹 계열사 가운데 한 곳입니다.

IT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을 유통하고 유지, 보수하는 사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지분의 절반 가량을 가지고 있는 곳인데요. 2015년 기준으로 매출액이 3600억 원에 달하는 곳입니다.

이 코오롱베니트를 상대로 고소한 프리렌서 개발자 고 모 씨는 지난 1994년 정보처리용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인데요.

고 씨는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코오롱베니트와 계약을 맺고 함께 해외금융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계약이 끝난 뒤 지난해 3월 본인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낀 소프트웨어가 우즈베키스탄 사업에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개발자 고 씨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고 모 씨 / 소프트웨어 개발자 : 여러 번 (보여달라고) 찾아갔다가 나중에 딱 한 번 보여줬습니다. 딱 한 번. 제가 20초~30초 정도 (코오롱베니트가 쓰는 소프트웨어) 봤어요. 딱 보니까 제 것이더라고요.]

[앵커]
고소인은 코오롱베니트 측에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베꼈다고 보고 있는 겁니까?

[기자]
개발자 고 씨는 본인과 코오롱베니트가 함께 일할 당시에 쓰던 소프트웨어를 해체해서 다시 조립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문용어로 역분석이라고 하는 식인데요. 고 씨가 코오롱베니트와 일할 때는 건 별로 저작권 계약만 맺었던 것이고 고유 함수의 양도 계약은 맺지 않았기 때문에 고오롱베니트에서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표절이라는 주장입니다.

[앵커]
경찰도 수사를 벌이고 있고, 전문기관도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고 하는데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고 씨가 낸 고소장을 근거로 경찰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3층에 입주한 코오롱베니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코오롱베니트 관계자 등 2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따지는 한국저작권위원회도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고 씨가 개발한 프로그램의 이른바 고유함수가 코오롱베니트 측 소프트웨어에도 쓰였다는 것입니다.

저작권위원회는 전문가들로 꾸려진 공신력이 높은 공공기관입니다.

법원 역시 코오롱베니트 측의 프로그램 사용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해당 소프트웨어를 복제나 제작, 배포, 판매하지 말라고 결정문을 발표했습니다.

[앵커]
개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지금 고 씨 심정은 어떻습니까?

[기자]
사실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라고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너무 억울해서 고소를 하게 됐다고 했는데 이 개발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고 모 씨 /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자 : 공동 개발하면서 사실 막대한 돈과 노력을 투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벌이 가벼우니까 대충 지나간다 그거죠. 대기업한테 찍힐까 하소연도 많이 못 하고….]

[앵커]
한국저작권위원회도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상황인데 지금 코오롱베니트 측의 입장은 뭡니까?

저작권위원회 감정이 잘못됐다는 건가요?

[기자]
코오롱베니트는 저작권위원회에 재감정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또 표절을 의심받는 함수는 과거 고 씨와 계약 관계에서 사용을 허락받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는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코오롱베니트 관계자의 얘기도 한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코오롱베니트 관계자 : (표절로) 봤다는 것은 저희도 당황스러운 부분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이의 제기가 들어갈 것이고, 본안(소송)도 들어갈 수가 있는 부분이고요. 잘못된 감정이라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일단은 표절 의혹을 받는 소프트웨어는 사용이 금지된 건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수사는 진행이 됩니까?

[기자]
코오롱베니트 측의 요구대로 저작권위원회의 재심의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경찰 수사도 더 늦어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코오롱베니트와 해외 금융 시스템 구축 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거래소는 앞으로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연말부터 베트남 금융시스템 구축에 쓰일 예정이었지만 코오롱베니트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구해야 하게 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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