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낳을테니까' 자궁경부암 주사 맞아라?

'내 아이 낳을테니까' 자궁경부암 주사 맞아라?

2017.01.20. 오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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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낳을테니까' 자궁경부암 주사 맞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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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진 서바릭스 광고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산부인과 대기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광고에서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여학생이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아야 하냐며 난색을 보이자 남학생이 '너 그거 얌전히 맞는 게 좋다'고 훈계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곧이어 여학생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박하자 남학생은 기묘한 표정으로 "상관있어! 여자가 나중에 내 애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이 광고는 지난해 6월부터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무료 접종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접한 사람들은 오히려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서바릭스 광고에 대해 사람들은 '이제 이런 것 그만 좀','저 남자애 표정 소름 끼쳐','저 여자애가 자기 애 낳아준다는 거?','애는 혼자 낳나 보네' 등 강하게 반발했다.

'내 아이 낳을테니까' 자궁경부암 주사 맞아라?

(▲ 자궁경부암 주사로 알려진 서바릭스 광고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

또한 '자궁경부암 주사'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실제로 자궁경부암 주사로 알려진 가다실 4가, 가다실 9가, 서바릭스(2가)는 엄밀히 말하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이다. HPV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남성에게서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두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또한 2011년 당시 미국 플로리다 에이치 리 모핏 암센터 연구소의 안나 줄리아노 박사팀은 미국, 브라질, 멕시코 남성 1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HPV에 감염될 확률이 더 높다','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HPV 감염을 자연 치유하는 능력이 생기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는 결과를 밝혀냈다.

이렇다 보니 HPV 백신을 '자궁경부암 주사'라고 지칭해 '여성에게만' 맞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궁경부암을 포함한 여러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인 서바릭스를 '여학생만을 대상으로, 미래의 남편이 조언하는 광고'로 홍보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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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예방에 의해 게시 됨 2017년 1월 18일 수요일

'내 아이 낳을테니까' 자궁경부암 주사 맞아라?

(▲ 여자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엄마가 HPV 백신을 맞도록 권해야 한다는 상단 캠페인에 대해 네티즌들이 댓글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또한 HPV가 성관계를 통해 전염,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자궁경부암이 걸릴 수 있는 여성이 맞는다'는 관점보다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도록 남녀 모두가 예방해야 한다는 접근이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데도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집단을 대상으로 보는 집단면역의 측면에서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도, 그 외에 HPV로 인한 질병 예방을 위해서도 바이러스에 전염되거나 전파할 수 있는 모두가 예방백신 접종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 호주,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여자, 남자 청소년 모두를 대상으로 HPV 예방백신 접종을 시행 중이다.

출산이나 출생을 위하기 전에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HPV 예방이 파트너 양측에 모두 필요하다는 인식부터 확산되어야 할 문제다. '나중에 내 아이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광고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이유다.

YTN PLUS 김지윤 모바일PD
(kimjy827@ytnplus.co.kr)
[사진 출처 = Facebook, 서바릭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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