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몰래 도장"...경찰 '수당 꼼수'

"퇴근 후 몰래 도장"...경찰 '수당 꼼수'

2017.01.17. 오후 6:0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차정윤 / YTN 사회부 기자

[앵커]
경찰의 수당 타내기 꼼수를 현장 취재한 차정윤 기자가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경찰교육원이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기자]
경찰교육원은 충남 아산에 위치해있는데요. 현직 경찰관을 교육하고 또 경찰 간부생의 교육이 이뤄지는 장소입니다. 경찰청 산하 기관인데요.

짧으면 1, 2주 동안 또 길면 몇 개월 동안 직무에 필요한 과정들을 실습하게 됩니다. 현직 경찰의 자질과 덕목을 가르치는 곳인데요. 이런 곳에서 수당 부풀리기라는 관행이 적발된 겁니다. 적발된 인원 가운데에는 현직 학과장급의 교수도 포함돼 있습니다.

[앵커]
경찰교육원은 교육하는 곳이라면 교육하는 사람들도 현직 경찰이라는 이야기인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앞서 보셨듯이 지문을 찍는 그런 관행들 모두 다 현직 경찰들이 하는 그런 행동이고요. 모두 자연스럽게 또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굉장히 저도 취재하면서 놀랐던 부분입니다.

[앵커]
교육생이 아니라 거기에서 근무하는 현직 경찰들?

[기자]
네. 현직 경찰, 교육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소속 직원들입니다. 차를 타고 와서 지문을 찍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고 또 직원 단체로 찾아오는가 하면 또 손가락 도장을 찍은 뒤 돌아가기도 하고 인사를 나누는 여유로운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앵커]
지금 화면을 보면 밤에 장시간 취재를 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취재하게 됐습니까?

[기자]
먼저 YTN으로 제보가 한 통 들어왔습니다. 경찰교육원에서 이런 관핵이 이뤄지고 있는데 정직하게 근무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허탈감이 심하다, 괴로워한다,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경찰교육원 몇몇 직원들이 최근 회식을 후에 또 관사에 갔다가 돌아와서 이렇게 지문을 찍고 집에 돌아간다는 겁니다. YTN 취재팀이 야근이 시작되는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상황을 지켜봤거든요.

그런데 2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별다른 낌새가 전혀 없어서 제보자에게 속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고 또 저희가 저녁 시간대이다 보니까 식사시간을 놓쳤어요.

그래서 굶주림에 굉장히 지치고 예민한 상태여서 거의 취재를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었는데요. 8시가 되니까 차량 한두 대가 정문 앞으로 차례로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런 관행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겁니다.

[앵커]
그러면 총 4시간 동안 지켜본 것인데 몇 명이나 적발이 된 겁니까?

[기자]
그날 저희가 방문한 날이 지난 12일이었습니다. 이때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한 인원들은 모두 49명이었는데요. 이중에서 13명의 부정이 확인되었습니다.

직원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까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기도 하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직원들 해명 들어보시겠습니다.

[경찰교육원 직원 : (수당 때문에 그러신 거죠?) 그렇죠. 죄송합니다. 하루에 딱 4시간만 (신청이) 가능하다 보니깐저 나름대로 내가 일을 많이 했으면 한 달에 30시간 이상 했으니깐 그것만 딱 찍자고 한 거죠.]

[앵커]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하는 그런 생각도 드는데 이런 수당 타내기 꼼수로 도대체 얼마 정도 챙긴 겁니까?

[기자]
일단 현재 경찰교육원 직원들이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7시부터 9시, 그리고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인정이 됩니다.

그런데 하루에 최대 신청할 수 있는 시간은 4시간, 한 달에는 최대 55시간까지 신청을 할 수 있는데요. 경찰 계급상 경위 기준으로 봤을 때 시간당 지급되는 돈은 1만 500원 정도입니다.

그래픽 보시면서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하루에 10명만 신청한다고 해도 40만 원 정도가 부정 수급되고 있는 겁니다. 평일만 근무한다고 가정을 했을 때 한 달이면 800만 원, 1년으로 따지면 9600만 원으로 한 해 1억 원 가까운 돈이 혈세로 줄줄 세고 있는 겁니다.

[앵커]
하루에 최대 4시간 동안 인정이 되면 아까 차 기자께서 말씀을 하신 8시 이후가 되니 한, 두 명 나타나기 시작하더라라고 하셨는데 거의 밤 9시~10시쯤이면 많이 왔겠어요.

최대한 인정을 받아야 되니까요.

[기자]
저희가 확인한 결과 8시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9시에서 10시 반 사이 이 때 가장 직원들이 몰리는 시간대였습니다.

[앵커]
우리 취재 차량이 있었는데 의심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다행히 차량이 왔다 갔다 정문 앞을 오가다 보니까 정문 앞에 장시간 동안 취재차량이 있었는데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관리 감독 같은 거라든지 앞으로 사후조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일단 지문인식기 바로 옆에 당직실이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근무자는 낯선 외부인에 대한 그런 감시 활동만 한다, 초과 근무 수당은 내 소관이 아니다라고 이렇게 해명하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경찰청 감사 결과에서는 단 한 명만 적발되기도 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YTN 취재 이후에 경찰청은 감사활동을 강화하겠다, 그리고 지문인식기를 안에 들이거나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해서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앞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이 사안은 전체 경찰공무원들의 얘기가 아니고요. 수당도 제대로 못 받고 고생하는 경찰분들이 대부분이죠. 그런데 경찰교육원에 계시는 일부, 그분들도 경찰입니다만 이분들 때문에 다른 분들이 조금 불쾌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

차정윤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