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월급 주고 싶다!

우리도 월급 주고 싶다!

2016.11.05. 오전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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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거제와 통영, 울산 등 조선업 현장의 임금 체불 실태를 보도해 드렸는데요.

원인을 사업주의 과실과 잘못으로 단순화시키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많았습니다.

월급을 주고 싶어도 수억 원씩 체불한 채 회사 문을 닫아야만 했던 조선업 하청업체 사장들의 이야기를, 박조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이 네 사람은 수억 원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못한, 체불 업주입니다.

물론 누구도 체불 업주가 되고 싶지는 않았을 겁니다.

처음엔 재산 팔고, 은행 빚으로 버텨보다, 대출이 막히자, 회사의 세금, 4대 보험, 퇴직금 적립까지 차례로 체납해 가면서, 월급만큼은 최후의 보루로 지켰다는데요.

결국 역부족이었습니다.

[김중로 / 대형 조선사 사내협력업체 전 대표 : 하다 보니까 끌고 나오다, 끌고 나오다 도저히 외부적인 어떤 충격이나 이런 쪽으로 해서 갈 때까지 가서 이제 금융권 대출 다 맡기고 안 될 만큼 되고 나니까 이제 어쩔 수 없이 닫을 수밖에 없는 거죠.]

비극의 시작은, 지난 2010년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벌인 무리한 저가, 과다 수주 경쟁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선박 수주로, 원청의 초기 계획과 설계가 계속 변경되고, 심지어 했던 공사를 수차례 다시 하는, 전에는 없던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한익길 / 대형 조선사 사내협력업체 전 대표 : 100명이 (작업에) 들어가야 했던 것을 300명 넣고 200명 넣고 초과해서 인원을 넣는 거죠. 근데 그 초과 인원에 대해서 (원청에서) 돈을 받느냐 받지도 못 하는 거죠.]

[김창조 / 대형 조선사 사내협력업체 전 대표 : 저희는 배관을 하는데 최소 (설계가) 네 번이 바뀌면 많게는 10번 이상이 바뀌어요. (생략) 그러면 이 만큼의 공기랑 이만큼의 사람이 투입 되는 거와 이만큼의 시간과 이런 것들이 전부 낭비가 된다는 거죠.]

하지만 하청은 그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기성금 삭감이 2~3년 씩 이어져 왔습니다.

[김창조 / 대형 조선사 사내협력업체 전 대표 : 2014년 9월 달에 30% 밖에 안 되는 거예요. (뭐에 대비 30%? )투입에 비해 30% 밖에 안 주니까 임금 자체가 안 되는 거죠.]

이 대형 조선사의 사내 하청업체 중, 최근 도산한 9곳의 3년 평균 기성금을 계산해 봤더니, 투입한 비용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김중로 / 대형 조선사 사내협력업체 전 대표 : 저희는 좀 일찍 나온 편이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봅니다.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제일 먼저 손을 대기 쉬운 데가 사내협력사거든요.]

김창조 사장에게 오늘은 세상에서 제일 미안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1년이 넘도록 퇴직금은커녕 월급도 주지 못한, 직원 김경훈 씨입니다.

"잘 지내시죠?"

"잘 지낸다... 말이 참 어렵다. 다른 직원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노?"

"다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 소리 들으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네."

"사장님은 사장님 하시는 데로 열심히 하시면 우리는 그동안 또 열심히 일하고 있으면 되니까 힘내십시오"

"그래, 어쨌든 너희를 봐서라도 최선을 다해서 한 번 싸워 볼게. 고맙다."

YTN 박조은[joe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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