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용어 사전...오방낭? 팔선녀?

최순실 용어 사전...오방낭? 팔선녀?

2016.10.28. 오전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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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특이한 점은 청와대와 비선 실세를 둘러싼 의혹들이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단서들로 풀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뉴스에 낯설고 해괴한 단어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방낭'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에는 이런 이름의 파일이 들어있었습니다.

오방낭은 동양의 '오행사상'을 담은 흑, 백, 청, 홍, 황 오방색으로 장식한 주머니죠.

각각의 색깔이 동서남북 중앙, 다섯 개 방위와 함께 나무, 물, 금, 불, 흙 우주 만물을 상징합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당시, '희망이 열리는 나무' 제막식 행사에 등장했던 게 바로 오방낭입니다.

박 대통령은 예전부터 '우주', '혼', '기운' 같은 동양적이고 주술적 의미의 단어를 자주 언급해왔는데요.

독특한 비유다, 라고만 여겼는데 취임식 행사가 음양오행설에 기반한 주술적 관점에서 기획됐다면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기 때문에 '오방낭'이라는 단어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취임식 행사에 등장한 오방낭은 전통적인 색의 위치가 틀렸다고 합니다.

색 배치와 방향이 엉망이었는데요.

이 엉터리 행사 역시 최순실 씨가 진두지휘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현숙 기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기자]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오방색 주머니, 오방낭 나무 제막식 행사 모습입니다.

당시 행사 총감독을 맡았던 윤호진 홍익대 교수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최순실 씨 태블릿 PC에서 발견된 '오방낭' 프로그램은 대통령 취임식 한복을 디자인한 김영석 씨가 기획했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김 씨가 화재로 불탔다가 복원된 숭례문 전체를 대형 오방색 천으로 감싼 뒤 제막하는 행사를 하겠다고 고집했지만, 화재위험이 있어 반대했으며 김진선 당시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도 김 씨의 제안에 곤란해 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김 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끝에 오방낭 나무 행사로 바꾸게 됐다는 게 윤 교수의 주장입니다.

오색비단을 사용한 전통 주머니인 오방낭은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기운을 가져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취임식 직후 일각에서는 오방낭의 방향이 잘못되는 등 이상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정식 취임식 준비위원에도 이름이 없었던 한복 디자이너가 최 씨와 친분을 통해 이 행사를 기획하고, 심지어 국보 1호 숭례문까지 이용하려 했다는 증언은 최순실 씨 사건에 또 다른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YTN 윤현숙입니다.

[앵커]
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추미애 대표는 '팔선녀'라는 단어를 언급했습니다.

팔선녀.

원래는 구운몽에 등장하는 단어죠.

추 대표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최 씨를 필두로 여성 기업인, 재력가, 현직 고위 관료의 부인 등 8명의 여성이 모여 '팔선녀'라는 조직을 운영하면서,

국정과 재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겁니다.

구성원이 8명이라 '팔선녀'다, 모임 장소가 서울 시내 호텔 중식당인 '팔선'이다, 각종 억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구성원으로 회자 되는 당사자들은 "최 씨를 만난 적도 없고, 그런 모임 자체를 알지도 못한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전 국민이 '오방낭', '주술', '팔선녀' 같은 단어를 뉴스에서 보고 있다니 기분이 묘합니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사이' 정도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연일 터지니, 국민들 '허탈감'도 수직 상승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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