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김포공항 스크린도어 사고 "애당초 국제안전기준 무시"

[투데이] 김포공항 스크린도어 사고 "애당초 국제안전기준 무시"

2016.10.24. 오전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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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김포공항 스크린도어 사고 "애당초 국제안전기준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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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6년 10월 24일(월요일)
□ 출연자 : 권영국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가장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당사자가 너무 서둘렀던 것”

- 김포공항역, 다른 역에 비해 10배가량 스크린도어 사고 많아
- 탈출문 개수 적고 간격 좁아 결국 사망까지 이른 것
- 내년 스크린 도어 교체 예정인데... 사고는 기다려주지 않는 것

- 설치 당시 자살 막자며 급히 진행하다보니 국제안전기준 무시
- 막대한 돈이 들어갔는데 국민 안전 위협 받고 있어
- 스크린도어, 안전인증구조물 아닌 기계구조물로 분류... 법령부터 고쳐야
- 품질 고려 전혀 없는 최저입찰제도 문제

- 사고 당시 승객이 내리겠다며 비상벨 눌러 연착 감수하고 30초 문 연 것
- 하루 수 십 차례 자잘한 사고 발생, 매번 나와 확인한다면 매번 연착
- 무엇보다 안전의식 개선 필요

◇ 정병진 아나운서(이하 정병진): 지난 19일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벌어진 스크린 도어 사고와 관련해 안전문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권영국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전화연결 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권영국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이하 권영국): 네, 안녕하세요.

◇ 정병진: 이번 사고 관련해서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게 있어요. 승객이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사이에 꼈다. 이런 내부 신고 전화가 들어오면서 기관사가 멈춥니다. 일단은 멈췄다가 27초 동안 열차의 출입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스크린도어는 그동안 닫혀 있었습니다. 끼어있던 피해자는 열차에 미처 타지 못했고, 기관사가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출발을 했어요. 그러다가 변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왜 이 27초 동안 대피를 못했던 것인지, 미스터리한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현재는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습니까?

◆ 권영국: 저도 이 사고를 여러 각도에서 조사해봤는데요. 김포공항에 나가서 보기도 했고, 실제로 철도를 운행하는 역장하고도 통화를 했는데요. 일단 세 가지 원인으로 조사를 분석할 수가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이 세 가지 원인을 찾는데요. 첫 번째 직접 원인은 사고 당사자가 출근을 위해 너무 서둘러 하차를 시도하다가 본인이 객차로 비상 연락을 해서 전동차 문을 여는 데에는 성공을 했습니다. 그런데 스크린도어 문은 열지를 못한 거죠. 김포공항문은 도시철도 최초로 시범설치를 했기 때문에 스크린도어가 전동차 문과 연동해서 열리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래서 수동으로 열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어떤 원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열리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불가피하게 이 사고 당사자는 전동차 문을 열었는데 스크린도어는 열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끼어서, 7m를 끌려가가지고 두 팔 골절과 장기 파열로 사망하게 되었는데요. 참고로 이 PSD 문은 사용자가 안에서 열 수 있게끔 구조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안에서 열 수 있게 되어 있는데 27초면 그렇게 짧은 시간이 아니고요. 보통 역 사이에 승하차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0초입니다. 그래서 기관사 나름대로 30초면 충분한 시간을 준 것이고, 보통 연착을 감수하고서라도 시간을 준 것인데, 분명히 김포공항역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참고로 김포공항역이 다른 역에 비해서 10배 정도 스크린도어 사고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분명히 이 스크린도어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면 이 분이 노인도 아니셨고, 30대에, 힘도 괜찮은 분인데 이것을 열지 못하고 사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조금 의문점이 생겼고요.

◇ 정병진: 기관사에 대한 조사 내용은 아직은 없더라고요. “왜 나와서 보지 않았느냐? 이런 지적들이 많았거든요.”

◆ 권영국: 기관사가 나와서 직접 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사실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실제로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실제로 PSD 관련한 사고가 하루에 수십 차례 발생합니다. 그런 경우에 매번 나와서 확인을 한다고 하면 열차가 매번 연착하겠죠.

◇ 정병진: 아, 현실적인 문제가 또 있네요?

◆ 권영국: 그렇죠. 그래서 기관사가 그때그때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하는데요. 본인 생각으로는 30초 시간을 준 것으로 모든 문제가 완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물론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판단으로 결론이 낫지만요.

◇ 정병진: 그건 또 이야기를 들어봐야 되겠죠. 그런데 이런 경우 기관사가 수동으로 스크린도어 문을 열 수 있는 장치가 전동차 기관실에 있다면서요. 그건 왜 안 열었을까? 거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십니다.

◆ 권영국: 기관사의 증언에 의하면 이 분은 빨간색으로 표시가 되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다시 말하면 김포공항의 스크린도어에 이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나중에 조금 더 조사를 해봐야 되겠지만, 이 분 말이 맞다고 하면 빨간색 불을 보고 이 분은 열렸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나와서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겠고요. 그리고 두 번째 사고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게, 스크린도어의 형태가 역사마다 다르다는 겁니다. 그래서 김포공항역은 다른 역에 비해서 탈출문이 적습니다. 그런데 성신여대 역은 탈출문이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있었고요. 만약 이런 사건이 성신여대역에서 발생했다면 사망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거라는 거죠.

◇ 정병진: 스크린도어의 비상탈출문이 어떻게 생겼는가에 따라서 다르다?

◆ 권영국: 그렇죠. 그리고 간격도 다릅니다. 제가 김포공항역에서 재 봤더니 거긴 98cm 정도의 간격이 있었고요. 그렇지만 또 스위치 박스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적인 공간은 한 25cm, 사람이 서기에는 부족한 공간이었죠. 만약 이것이 성신여대 역에서 일어났다면 38cm로 충분히 살 수 있는 거리가 되는 거죠. 그래서 비교적 좁은 역, 그리고 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은 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살 수 없었던 것이고요. 가장 근본적인 세 번째 원인이 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크린도어에 국제안전기준을 지키지 않고, 자살을 막기 위해서 저희가 급하게 전국적으로 안전문 설치가 되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근본적으로는 안전기준을 만들지 않고 바로 했기 때문에, 이게 가장 큰 근본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정병진: 그 국제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은 상태의 스크린도어를 급하게 설치했다. 이게 서울시 전체가 다 그렇습니까? 아니면 일부는 괜찮습니까?

◆ 권영국: 전국적으로 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장 근본원인으로 시급한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안전인증기준에 의해서 안전문을 설치해야 안전하게 탈 수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자살을 막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막대한 돈이 들어갔는데 이것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고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전문가 입장에서는 통탄할만한 수준이고, 국민들의 안전이 굉장히 위협을 받고 있다는 거죠.

◇ 정병진: 그렇군요. 지금 종합적으로 원인을 짚어 주셨는데, 해외의 경우에는 국제안전기준에 잘 부합하는 스크린도어가 잘 설치되어 있습니까?

◆ 권영국: 국제적으로 이러한 인증기준에 의해서 만들어진 나라에서는 큰 사고가 보고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설명서에 보면, 김포공항 사건처럼 전동차와 스크린도어에 사람이 간혹 낄 수 있다. 그렇지만 이건 극히 드문 예외라고 소개하고 있고요. 이 극히 드문 나라에 소개된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끼여서 사망하게 된 사고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외적인 사건으로 보고될 정도로, 국제적 인증기준만 맞춰서 설치한다면 웬만한 일에는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 정병진: 그러니까 해외 같은 경우에는 국제기준에 맞춰서 시행하다보니까,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사람이 끼어서 발생하는 사고는 극히 드물다. 중국 같은 경우 매뉴얼이 나와 있지만, 그렇다면 스크린도어 자체는 기준을 잘 지킨다면, 그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겠네요?

◆ 권영국: 그렇죠. 원래는 안전하게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살 방지용으로 만든 것인데 이게 역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독이 되어가지고, 이게 무슨 살인도구처럼 되어 버렸으니까 이게 큰 문제가 되는 거죠.

◇ 정병진: 그러면 이걸 바꾸든지 수리하든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울시에서도 시 차원에서 이걸 전면적으로 교체에 대해서 검토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는데, 이건 앞으로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 겁니까? 지금 서울시에 있는 모든 전동차 스크린도어들이 문제가 있는 거라면, 예산이 만만치도 않을 텐데요. 이걸 다 바꿔야 합니까? 아니면 부분적으로 개조하면 괜찮습니까?

◆ 권영국: 엄청난 예산이 소요 될 거고요. 첫째는 법령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령을 바꾸지 않고는 시행이 될 수 없는 구조가 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는 안전문이 안전인증구조물이 아니라 기계구조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준에만 맞추면 안전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것부터 바꿔야 하는데, 금년 5월 구의역 사고 때 이미 지적이 된 사항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누리당의 심재철 의원이 이 사실을 지적했고요.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귀담아 들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일단 시급하게 우리 법령부터 개정하고, 안전기준에 맞는 부품을 100% 다 교체할 수 없기 때문에, 내부 현안이 도래한 것부터, 그리고 이상이 감지되는 것부터 교체해야 되겠죠. 서울시가 발표하기로는 사고가 난 김포공항 역부터 시작해서 105개의 역사에 대해서 안전문 교체를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 정병진: 이미 김포공항역 같은 경우에는 지난 9월에 전면교체 결정이 났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때 조치했더라도 사고를 좀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이 나오거든요.

◆ 권영국: 네, 그런데 뭐든지 예산을 세우고, 언제 시행할 것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발표를 보면 이것은 내년 1월부터 16억 예산으로 교체를 시작해서 10월에 마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 전에 사고가 난 겁니다. 그래서 사고라는 건 기다려주지 않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사고 당사자가 너무 서둘러서 하차를 시도했다는 거죠. 만약 한 3분의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한 칸 더 가서 돌아올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긴급하게 시도를 시작했는데, 우리가 조금 안전의식을 조금 더 바꿔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그런 마음을 안 가지면 이런 사고가 얼마든지 날 수가 있는 거죠.

◇ 정병진: 당시에 출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하셨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경우에 승객들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최저가 입찰제가 근본적인 문제다. 이런 지적도 있더라고요.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 권영국: 이것도 참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요. 가장 근본적인 것은 안전인증이 안 되어 있는 부품들을, 최저입찰제에서는 양질의 부품을 사용할 수 없겠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품질입찰제를 채용하지 않고 있는데요. 안전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품질의 상, 중, 하, 3등급으로 나눠서 심각성에 의해서 분류해놓고, 그 다음에 최저입찰제를 시도해서 분간해야 하는데요. 우리는 가장 값싼 부품을 사용하는 업체에 낙찰하는 제도다 보니까 문제가 되겠죠. 그래서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품질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거겠죠.

◇ 정병진: 알겠습니다. 김포공항역 사고와 관련해서 여러 정황들이 나오고 있는데, 저희가 핵심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자세하게 살펴봤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권영국: 네, 감사합니다.

◇ 정병진: 지금까지 권영국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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