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와 거래하면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

"한의사와 거래하면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

2016.10.24. 오전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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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호 / 변호사

[앵커]
의사 단체들이 의료기기 업체에 압력을 넣어 한의사들에게 제품을 못 팔게 하고, 혈액검사 기관에는 한의사 의뢰를 받지 말라고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행위라고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의사 단체들이 이를 제대로 따를지는 미지수입니다.

고한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1년부터 중고가 아닌 이상, 국내 어떤 한의원도 초음파 장비를 새로 들여오지 못합니다.

의사 단체들이 의료기기 업체에 공문을 보내, 한의사한테는 팔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혈액검사 의뢰는 2012년부터 어려워지더니 2014년부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녹십자 같은 혈액검사 기관들이 의사단체 압력을 받아, 한의사 의뢰를 거절하고 있는 겁니다.

[김지호 / 대한한의사협회 홍보 이사 : 현재 보건의료계에서 시장 규모가 큰 양방 의료계가 상대적으로 소수인 한의사들을 상대로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하여 불공정 거래를 한 것입니다.]

의사단체들은, 한의사는 첨단 의료기기 사용 자격이 없고, 오진 우려도 크다고 주장합니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을 해도 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고 판례도 엇갈립니다.

그러나 연구 임상용으로 사용하는 건 가능하고, 의사단체가 구입을 막을 권한도 없습니다.

특히, 혈액검사는 한의사도 할 수 있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사단체들이 의료업계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이용해 한의사와의 거래를 부당하게 막았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억 3천여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김호태 / 서울지방공정거래위원회 총괄과장 : (의사단체들이) 시정 명령을 어긴 사태가 발생하면 시정 조치 불이행으로 검찰에 고발할 수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공정위가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잘못 이해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행정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료기기 업체와 혈액검사 기관이 의사들 눈치를 보며 한의사와의 거래를 꺼릴 가능성도 있어서, 공정위 시정명령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입니다.

YTN 고한석[hsgo@ytn.co.kr]입니다.

[앵커]
요즘 한의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간혹 보면 한의원에 초음파 장비도 설치가 돼 있고요. 초음파 검사도 하고 이런 장치가 있으니까 엑스레이는 기본으로 갖춘 곳도 있고요.

이러다 보니까 이게 한의사가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 이런 논란부터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었죠? 이게 오랜 문제 아니겠습니까?

[인터뷰]
그렇습니다. 양방과 한방의 협진을 통해서 보다 국민들의 의료 수준을 높이는 이런 좋은 사례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양방과 한방 업계 사이에서는 이른바 밥그릇 싸움이라고 볼 수 있는 그런 점도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갈등이 많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공정위의 어떤 과징금 부과까지 더해지니까 양측의 갈등이 조금 격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앵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근거는 어떤 거에 그런 겁니까?

[인터뷰]
공정거래법이라고 줄여서 부르는데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있습니다. 여기를 보면 공정한 거래를 해야 전체적인 국민들의 경제적인 이익이 커지기 때문에 독점도 하지 말아라, 또 공정거래를 막지 말아라. 막았을 경우에는 여러 가지 규제가 가해집니다.

그런데 어떤 단체가 있습니다. 한 단체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거래하지 말아라라고 누군가에게 압력을 행사한다고 한다면 이는 공정한 경쟁을 제한한 거고 부당하게 경쟁을 못하게 하는 거거든요.

경쟁이 이뤄져야만 또 경쟁이 이루어지고 자율적인 거래가 있어야만 결국 국민들의 경쟁이 있다는 것인데 이처럼 한의사와 의료기기 업체 사이의 거래를 막도록 부당하게 공문을 보냈다라는 점이 잘못이다라고 해서 이번에 공정위가 의사단체에게 부과했습니다.

[앵커]
양방, 그러니까 의사단체에서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거나 또는 못 팔게 하는 근거, 이유는 무엇에 있을까요?

[인터뷰]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되는 부분인데요. 의사단체의 입장을 요약하면 그렇습니다. 이런 현대적인 의학장비들은, 과학기기들은 한의학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또한 한의사를 교육시키고 양성하는 과정에서 전문적인 교육도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그걸 사용했을 경우에 한의사의 그런 오진 가능성이나 오사용 가능성이 있다라고 해서 한의사의 이런 첨단의료장비 사용을 반대하고 있고요. 또 반대로 반면 한의사 업계에서는 충분히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또 이런 사용을 허용하는 그런 판례도 있다라는 주장을 펴면서 양쪽의 입장이 계속해서 대립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은 정부가 국정감사에도 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요. 빨리 해결해라라고 하는데 복지부는 어떤 입장일까요?

[인터뷰]
사실 복지부도 애매한 입장입니다. 그동안 혈액검사 같은 경우에는 한의사도 할 수 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적이 있는데요. 보건복지부도 약간 애매할 수밖에 없는 게 판례를 보더라도 기본적으로 보면 한의사가 초음파나 엑스레이를 할 수 없다는 판례도 있지만 특정한 그런 사안에서의 판례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혀 사용을 못한다라고 보기도 애매한 측면이 있거든요.

그렇다고 한다면 법규,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관련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법령으로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앵커]
이러다가 또 산부인과에서 피부과에서 한약 지어준다는 얘기도 나올 것 같고요. 그러면 또 뿌리 깊은 의약분업부터 한방, 양방 갈등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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