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하나, 관리사무소는 둘..."우리가 진짜야"

아파트는 하나, 관리사무소는 둘..."우리가 진짜야"

2016.10.23.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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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아파트에 관리사무실이 두 개인 아파트가 있습니다.

서로 자신들이 진짜, 원조 관리사무소라며 수 십여 건의 소송을 벌이며 다투고 있는 곳입니다.

주민들은 관리실 간 싸움에 지쳤다면서 아파트를 살려달라고 호소합니다.

어떻게 된 건지 이광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도권의 한 아파트입니다.

[손복순 / 아파트 주민 : 전부 지금 몇 년째 하자보수를 못하고, 손을 못 대고 있으니까 점점 낡아서 사방이 하자투성이인데 얼마나 주민이 답답해.]

전기와 수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이미숙 / 아파트 주민 : 처음에는 이쪽 편도, 저쪽 편도 아니고.]

[차윤아 / 아파트 주민 : 한 사람이 해야 되는데 두 사람이 하니까.]

한 개의 아파트에 두 개의 관리 사무소가 있어 관리비가 제대로 걷히지 않는다는 건데요.

양쪽 다 못 믿겠다며 아예 안 내는 사람도 부지기수인 상황.

[차윤아 / 아파트 주민 : 관리비는 관리비대로 쪼개지고 그나마 쓰지도 못하게 막아 놔서 여기(노인정) 물이 안 나왔어요. 저쪽 집에서 끌어들여서 물이 오고 있잖아요.]

우리는 문제의 관리사무소 두 곳을 각각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컨테이너에 관리 사무소가 차려진 곳입니다.

그곳에서 본인이 진짜 입주자대표라고 주장하는 안 씨를 만났습니다.

[안도선 / A관리사무소 : 정식 보궐선거를 한 게 2013년 11월 말 경해서 12월 6일자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됐어요. 선거를 해서 제가 올라가게 된 거죠.]

특히 자신이 고유번호 소유자임을 강조했는데요.

[안도선 / A관리사무소 : 고유번호증이 저한테 아직 있잖아요. (아파트 관리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요.]

고유번호란 일종의 아파트 사업자 등록증으로 고유번호가 있어야 입주자대표회장이 관리비 입출금 통장을 개설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자신들이 '원조 사무실'이라고 주장하는 두 번째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27년 전부터 이곳이 진짜 관리 사무소였다고 주장하는 김씨.

[김선우(가명) / B관리사무소 : 입주 초기부터 존재했잖아요. 관리비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확실하다고 볼 수가 있죠.]

안 씨가 갖고 있다는 고유번호는 무단으로 가져간 것이라 고 주장했습니다.

[김선우(가명) / B관리사무소 : 마치 개인 것처럼 가져 간 겁니다. 고유번호증은 개인 소유물이 아닙니다. 주민 전체의 자산인데 그걸 자기 이름으로 일단 가져간 거예요.]

벌써 3년째. 두 관리사무소의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면서 소송만 수 십여 건.

결국, 피해는 2,000세대가 넘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주민들 : 여기 회장도 못 믿고 저기 회장도 못 믿고 다 도둑놈들이야. 세상에 무슨 이런 동네가 있나. 속상할 때가 아주 많아요.]

YTN 이광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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