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4] '실적 압박'에 사지 내몰리는 특수고용직

[현장24] '실적 압박'에 사지 내몰리는 특수고용직

2016.10.18. 오전 05:0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지난달 경기도 의정부에서 인터넷 설치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업무 압박에 시달리다 감전사고를 당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용역 계약을 맺어 일하는 이른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사지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박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인터넷 설치기사 35살 김 모 씨는 지난달 목숨을 잃었습니다.

비 오는 날 작업을 강행하다가 감전사고를 당한 겁니다.

전봇대 위에는 전선이 거미줄처럼 뒤엉켜있었지만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없이 서둘러 작업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입니다.

김 씨는 비 오는 날 전봇대에 올라가 인터넷 개통 작업을 하다 7m 높이에서 떨어졌습니다.

위험을 무릅쓰면서 작업할 수밖에 없던 건,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 때문입니다.

김 씨 동료들은 사고 당일 아침에도 업체 관리자의 질책이 이어졌다고 증언합니다.

[SK브로드밴드 홈 고객센터 관계자 : 직원들이 실적 맞춘 거 개별 계약자들이 다 까먹었어. 개별 계약자가 무슨 의미인가 이렇게 되면. 정신 좀 차리십시오. 정신 좀.]

김 씨는 인터넷 업체와 용역 계약을 맺은, 이른바 특수고용직 종사자였습니다.

다른 정규직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업체의 관리를 받고 있었지만, 특수고용직이라는 신분 탓에 4대 보험 혜택은커녕 노동조합의 보호도 받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었습니다.

[동료 인터넷 설치기사 : 예전에는 비가 오면 올라가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실적 압박 때문에 올라가지 말란 얘기는 없고 그냥 조심해서 하라고….]

지난 8월에도 특수고용직인 에어컨 설치기사가 작업하다가 추락하면서 크게 다치는 등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산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는 백만 명, 아직 별다른 대책은 없습니다.

[박지순 /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 현행 노동법, 사회 보장법 등은 근로자가 아니면 사실상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도록 그렇게 돼 있는 게 문제입니다.]

위험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실적 압박에까지 시달리며 목숨을 내건 작업현장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YTN 박서경[psk@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