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ㄱㄹㅇ, ㅇㅈ?"...살아남는 신조어의 조건

"ㅇㄱㄹㅇ, ㅇㅈ?"...살아남는 신조어의 조건

2016.10.08. 오후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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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세대가 많이 쓰는 신조어입니다.

어떤 의미인지 몇 개나 알고 계십니까?

암호 같은 'ㅇㄱㄹㅇ', "이거 레알(real), 인정?"에서 초성만 따왔습니다.

'진짜가 나타났다, 인정해주자!' 이런 의미고요.

'빼박캔트'는 '빼도 박도 못하다'는 관용구에 '할 수 없다'는 영어 조동사 'Can't'를 합성한 말입니다.

'케바케', '세젤예'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 '세상에서 제일 예쁜'의 앞글자만 따서 붙였습니다.

이게 무슨 외계어냐, 씁쓸하기도 하실 텐데요.

그런데 여러분 학창 시절에는 선생님 몰래 친구들끼리만 통하던 '은어' 없으셨나요?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그 시절 청소년들이 쓰던 유행어도 등장했습니다.

어느 시대나 청소년만의 또래 문화와 그 문화를 대변하는 신조어가 있었습니다.

'응팔시절'에서 10년이 지난 후에 청소년들은 담임을 '담탱이', 공부 잘하는 학생을 '범생이'로 낮춰 불렀습니다.

주입식 교육에 대한 반발이 느껴지죠.

인터넷이 보급된 2000년대 이후에는 '채팅 언어'라는 새로운 형태의 신조어가 등장해 기성세대를 당황하게 했는데요.

당시 뉴스 보도에서도 느껴집니다.

[2002년 10월 YTN 보도 영상 : 한글에 한자나 특수기호가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맞춤법도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암호 같은 글이지만 초등학생들은 단숨에 읽어 냅니다. '이뻐요. 이빠이 사랑할 친구를 구해요.']

[2003년 10월 YTN 보도 영상 : 그러나 귀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맞춤법까지 무시된 '훌쩍'이라는 표현이 쓰였고, 미안함을 나타내기 위해 눈물방울 그림도 넣었는가 하면 한자의 음을 한글과 연결하는 등 최대한 특이함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말만 '신조어'가 있는 건 아닙니다.

LOL, 해외 누리꾼들이 많이 쓰는 단어인데 Laughing out Loud, 재밌어서 크게 웃는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쓰는 'ㅋㅋㅋ'와 비슷하죠.

FML, "나 망했어!" 라는 의미로 곤란한 상황에서 많이 쓰는 단어라네요.

단어의 앞글자만 따 줄여 말하는 게 우리말 신조어와 신기할 만큼 비슷하죠.

그런가 하면 일본에는 토후멘타루, '두부멘탈'이라는 신조어가 있는데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정신력이 약하다는 의미로 똑같이 '두부멘탈', '유리멘탈'이라는 신조어를 씁니다.

'외계어다, 언어 파괴다', 걱정 많았던 과거의 채팅 언어는 이제 아무도 쓰지 않는 촌스러운 유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왕따' 같은 신조어는 20년이 지나서도 교실 곳곳에서 쓰이고 있죠.

말장난 같은 유행어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테지만, 새로운 사회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는 그 현상이 이어지는 한 세대가 바뀌어도 살아남습니다.

'금수저·흙수저', '열정페이', 이런 신조어는 왜 등장했고, 언제까지 살아남을지 한글날을 맞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나연수 [ysn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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