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에 목마른 한국, 왜 못 받고 있나?

노벨상에 목마른 한국, 왜 못 받고 있나?

2016.10.04. 오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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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종해 / 前 고등과학원 원장

[앵커]
상 받기 경쟁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초과학이 떨어지면 장기적으로 국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그런 걱정인 것이죠. 오늘 저희가 한 분을 초대했습니다. 기초과학지능을 위해서 설립된 국립기구 고등과학원 원장을 역임한 대한민국 과학계의 석학 가운데 한 명인 금종해 교수를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노벨상을 우리는 못 받는 겁니까?

[인터뷰]
일단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아직 우리나라 실력이 그렇게 받을 만한 수준이 안 되는 거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한국 기초과학도 압축성장 과정에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과거 경제가 압축성장을 한 것처럼 기초과학이 늦게 시작했죠. 90년대 들어와서 시작했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셔야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가 기초과학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고 투자한 것이 90년도다?

[인터뷰]
그나마 창의적인 연구는 2000년에 들어와서라고 보는 것이 더 맞겠습니다.

[앵커]
일본은 언제쯤 했습니까?

[인터뷰]
일본은 전쟁 이후, 2차 대전 이후부터 워낙 과학적인 전통이 있었고요. 저희에 비해서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광복 이후에 수학, 물리, 화학, 생물이라는 근대과학, 서양이 정립한 기초과학을 받아들여서 교육하고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굉장히 짧고 그나마 6.25 동란을 거치면서 힘들어하다가 90년대에 들어와서 기초과학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앵커]
70년대, 80년대는 경제가 무척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산업은 발전했지만 그때는 기초과학 연구는 할 여유가 없었다는 거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걸로 생각합니다.

[앵커]
90년대에 후발했으니까 지금부터 달리면 그러면 조금 지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낙관해도 되는 겁니까?

[인터뷰]
그럼요.

[앵커]
오늘 안 모셔도 될 뻔 했네요.

[인터뷰]
저희가 조금만 기다리면 받을 것이라고 확신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교수님이 내다보시는 대략적인 추세, 지금 추세로 가면 언제쯤 되면 우리가 기초과학에서 일본을 따라잡거나 비슷한, 대등한 수준으로 갈 수 있을 거라고 보시는 겁니까?

[인터뷰]
일본을 따라잡는 것은 과거에는 우리가 일본보다 한참 뒤져있었습니다. 바둑을 예를 들면 우리 어렸을 때는 언제 일본을 따라잡나 그랬는데 지금 일본은 상대가 안 됩니다. 제가 전공하는 분야도 지금은 일본과 상당히 많이 대등해진 분야들이 있습니다.

[앵커]
수학요?

[인터뷰]
네. 일본도 그렇게 인정하고 있고요. 다만 일본은 우리보다 인력풀이 넓고 거의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일본 전체의 힘을 굉장히 증강시키는 원인이죠. 저희는 아직 몇몇 분야, 중요한 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을 따라잡을 것이고 그래서 좀더 풀이 넓어지고 더 우수한 학자들이 많이 나오면 현재 지금 3, 40대에 유망한 학자들도 많고 50대도 있고. 그래서 이 사람들이 60, 70이 되면 자연스럽게 노벨상 수상도 따라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짧게 보면 10년, 길게 보면 20년 정도면 이제 본격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인터뷰]
네.

[앵커]
지금 말씀하신 세계적인 분야까지 근접한 데는 어디어디입니까?

[인터뷰]
그건 수학은 노벨상과는 관련없습니다마는 물리, 과학, 생물, 의학 다 어느 정도는 상당 부분 접근한 학자들이 나오고 있는 걸로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금 너무 우리가 비관하고 왜 우리는 이걸 못 받느냐고 할 때가 아니라 조금만 더 기다리면 급속하게 따라잡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죠?

[인터뷰]
그렇죠. 지금은 자꾸 비관하고 한숨쉬고 이러는 것은 인력 낭비이고 국력 낭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저희가 지금 그동안 보도됐었던 분들인데 노벨상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분들. 김빛내리 교수, 김필립 교수, 유룡 교수. 이런 분들이 학계에서도 이런 분들을 주로 주목하고 있는 분들인가요?

[인터뷰]
이분들 말고도 주목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또 여러 분 있군요.

[인터뷰]
물론 그래야죠. 그래서 사실은 누가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없다를 말씀을 드리는 것은 본인한테도 좋은 것이 아닌 것 같고 한국과학계로도 좋지 않습니다. 다음에 받으신 후에 큰 박수를 치는 것이, 그때까지는 참고 기다리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앵커]
교수님 헌장에서 보시기에 기초과학 분야에 평생 공직을 하셨고 특히 원장을 맡으면서 이 분야를 많이 생각을 하셨을 텐데 이런 부분들이 구조적으로 문제다. 그래서 이걸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걸 고치면 더 빨리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은 없습니까?

[인터뷰]
있습니다. 사실은 우리나라는 이제 개발연구 중심으로 해서 빠르게 압축성장을 했는데 아직도 그 관성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정부의 연구개발비도 많이 치중돼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하나는 기초연구비,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연구비도 좀더 효율적 집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연구비가 부족하지만 또 어떤 분들은 연구비가 많은 경우도 있고. 이런 것들이 좀더 효율적으로 바꿔지고 연구비가, 어차피 연구비는 연구비거든요. 연구비가 자꾸 이름이 바뀌면서 갑자기 큰 연구비가 만들어지는 건 앞으로 지향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앵커]
연구비를 대주는 게 대부분 R&D 예산이 정부가 대주는 게 많은 거죠?

[인터뷰]
그렇죠.

[앵커]
그게 효율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거죠?

[인터뷰]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꾸 종목이 많이 바뀌는 경우도 있고. 예를 들면 젊은 과학자가 2, 3년 연구를 해서 큰 연구비를 하나 신청을 하겠다고 노력을 했는데 그때 가면 또 다른 종목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마치 사격 선수가 표저를 겨냥하고 있다가 쏘기 전에 표적이 바뀌는 그러한 경우들이 좀 있고 그렇습니다.

[앵커]
그러면 그걸 담당하고 있는 행정관료들이 현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겁니까?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겁니까?

[인터뷰]
현장을 알고 현장의 요구에 반응하려고 하다 보니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앵커]
지나치게 빨리 반응해서 그런 거군요?

[인터뷰]
약간 그런 면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과학자들이 자꾸 연구비를 신청하는 형식이 바뀌면 또 그만큼 시간낭비를 하거든요.

[앵커]
예를 들면 요새 AI가 붐을 일으키면 AI예산이 확 늘어나고 그런 식인가봐요?

[인터뷰]
AI는 산업적인 요구가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정부가 대처를 해야겠지만 기초과학은 그렇게 많이 달라지는 분야가 아니거든요. 기초과학 연구 지원은 좀더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같은 형식으로 일본의 과학자들이 연구비가 부족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또 과도하게 많이 받고 있는 과학자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꾸준히 자기가 필요한 만큼 받고 있다는 것이죠.

[앵커]
그러니까 총액이 부족한 것보다도 지금 분배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거죠?

[인터뷰]
현재는 그런 쪽으로 관심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어떻게 개선해야 될까요?

[인터뷰]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앵커]
현장의 얘기를 좀더 들어봐야 된다.

[인터뷰]
우리나라 경제도 그렇게 과거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고 재정상태도 어려울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더 이상 기초과학 예산이 크게 늘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과학자들이 그런 마음가짐이 돼야 될 거라고 봅니다.

[앵커]
기대는 거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인터뷰]
물론 기대합니다만 과학자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연구비를 효율적으로 써서 큰 연구를 꾸준히 연구하는 그런 자세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하여간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된다, 분배하는 데있어서, 효율적으로. 이 자리에 나오셨으니까 그리고 과학계 어른이시니까 제일 듣고 있는 관료들, 행정 담당자들한테 제일 대표적인 것을 이야기를 해 주시죠.

[인터뷰]
세계적인 연구는 마치 과학자들도 예술가나 시인처럼 자기 일에 미쳐야 합니다. 그러면 이 사람들은 정신이 없어요. 자기 분야 세계적인 연구가 어떻게 되는지 동향 파악하는 것도 엄청 바쁘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이 사람들을 부르지 말고 가만히 두고 지켜보고 그 장인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정해 주고 조용히 지원해 주는 그런 체계가 필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앵커]
너무 개입하지 말라는 말씀이군요?

[인터뷰]
네. 물론 대부분이 국민의 세금이니까 일정 부분 과학자들이 와서 해명도 하고 왜 우리가 이런 연구를 해야 되는지 설명할 필요도 있지만 좀 참고 기다려주는 것이 지금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앵커]
노벨상 이야기 돌아와서 한 가지만 더 여쭤보자면 노벨상이 기존에 받은 수상자들이 많은 나라들이 그걸 또 그분들이 추천하기 때문에 그래서 유리하다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것도 실제로 영향을 미칩니까?

[인터뷰]
물론입니다. 과학이라는 게 역사와 전통, 우리가 역사가 짧기 때문에 전통도 짧고. 우리나라도 한두 분께서 노벨상을 받게 되면 그다음에 많이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받은 사람이 또 추천하고 일본이 현재 봇물이 터진 상태이고. 잘 아시다시피 유럽이 압도적으로 다 휩쓸고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시아에서 그나마 일본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따라서 한국이나 중국도 곧 뒤따라갈 것으로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원장님께서 나오신 김에 기초과학이라는 것이 왜 국력에 중요한지 저처럼 과학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해서 예를 들면 원장님 전공하신 수학이 왜 대한민국의 발전에 중요한 것인지 물리, 생물 이런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그걸 국민들한테 나오신 김에 쉽게 마지막으로 말씀을 해 주십시오.

[인터뷰]
기초과학은 우리가 마시는 물 또는 숨쉬는 공기와 같습니다. 기초과학의 기반이 약하면 다른 게 제대로 설 수가 없죠. 기초과학을 제대로 해야 다른 응용과학도 제대로 되고 산업기술도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동안 모방하는 경쟁에서는 기초과학 없이도 어느 정도 가능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뭔가를 창조하고 선도해야 되는 입장이라면 기초과학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초과학을 너무 경제적인 것만 가지고 접근을 하시면 기초과학 연구비의 경제성을 너무 따지면 또 안 되고요. 기초과학은 아까 말씀을 한 것처럼 자기가 좋아서 하고 승진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또는 연구비를 더 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하도록 그러한 예술가의 정신 또는 장인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따라가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선도하는 입장이 돼야 되기 때문에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이 필수적이다라는 말씀이 제 마음이 와닿았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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