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님 쓰세요" 알고 보니 '가습기 살균제' 치약

"관리소장님 쓰세요" 알고 보니 '가습기 살균제' 치약

2016.09.28.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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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어제 주민들로부터 이런 선물을 받았다고 합니다.

네, 치약인데요.

자세히 보면, 아모레 퍼시픽의 메디안 치약입니다.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성분이 검출돼 제조사가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환불 조치가 들어갔다고 어제 보도해드린 그 치약입니다.

어제 한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글입니다.

"우리 아빠는 강남구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고 계시는데, 평소 주민들이 음식이나 물건을 나눠주고는 한다. 꼭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것이지만. 어제는 집에 왔더니 거실에 치약이 가득했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치약 18개를 가지고 왔고, 모두 문제 되는 메디안 치약이며, 아직 관리사무소에 20개나 더 남아있다는 겁니다.

이 가운데는 제조일이 2008년도로 찍힌 제품도 있었다고 합니다.

"주민들 집 가서 땀 흘려 일해주고, 이런 물건 받으면서 감사하다고 고개 숙였을 아버지 모습이 생각나서 더 기분 나쁘고 불쾌하다. 못된 사람들…."

이 이용자는 평소 아버지 주변에 이런 일을 당하시는 분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 이런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2014년 가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50대 경비원이 주민의 폭언에 시달리다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자살했습니다.

참다못한 동료들이 들고 일어나 일부 주민의 행태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김길환 / 분신 경비원 동료(지난 2014년) : 5층에서 '경비, 경비' 불러가지고 '이거 먹어' 하면서 던져주는 식으로 해서, 그걸 경비가 안 먹으면 왜 안 먹느냐고 질타를 해서 그걸 가져다 초소 안에서 먹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반품 처리할 치약을 한가득 받아온 관리소장 아버지.

이 글은 지금까지 9천 5백 번 이상 리트윗되며 누리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해당 아파트가 어디인지 알아내 사건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많았다는데, 아들은 "아버지가 근무하는 곳에서 우리 단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가 일터를 잃을 수 있다"며 함구했습니다.

비인간적인 처사를 고발하고 싶어도 생계 걱정에 물러서야 하는 '을'의 현실에 더욱 속상해집니다.

나연수[ysn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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