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제주도, 도로 위를 가르는 전기차를 아십니까?

아름다운 제주도, 도로 위를 가르는 전기차를 아십니까?

2016.09.02. 오후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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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도는 언제나 아름답지요.

이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제주도는 전기차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김주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
한 해에 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아름다운 섬.

돌과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도에 최근 또 하나의 명물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전기차입니다.

세계 최초로 전기차의 날을 지정한 제주도는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가 열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가 달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2030년까지 도내 모든 승용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 유종민 : 전기차 보급을 주도해 온 제주가 전기차 테스트 베드로써 최적의 여건을 가진 지역으로 인정받고 세계 전기차의 메카로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 강현서 씨에게 제주도와 전기차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

얼마 전 제주도 친정에서 휴가를 보내게 된 강 씨는 어머니의 전기차를 빌려 짧은 여행에 나섰습니다.

제주시를 출발해 명소로 알려진 더럭분교에 들른 뒤 서귀포 인근 호텔에 하루 묵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요.

아직 돌이 안 된 아들과 함께 떠난 가족 여행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더럭분교 근처에서 전기가 거의 소진돼 충전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인터뷰 / 사례자 :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훨씬 더 많이 남았는데 충전을 해야 갈 수 있는 상황이 온 거예요.]
다급해진 강 씨는 급기야 아이와 남편을 더럭분교에 내려주고 충전소를 찾아 혼자 헤맸습니다.

[인터뷰 / 사례자 : 관광지 근처에는 충전소가 그렇게 없어요 제가 간 데는 일단 없더라고요.]

몇 시간 걸릴지 모르는 충전 때문에 온 가족이 여행 시간을 허비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강 씨는 도보로 왕복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충전소를 혼자 찾아가 충전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다음 충전기를 꽂아둔 채 택시를 타고 혼자 더럭분교로 달려갔고 충전이 끝날 즈음 다시 택시를 타고 충전소로 돌아왔습니다.

불편함은 이 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 여자 : 가는 길에 들린다가고 들렸었던 게 중문소방서 거기에서 또 옆에 있는 하나로 마트를 가라 해서 또 하나로마트 근데 거기도 또 안 됐고 중문소방서는 고장이 났고 하나로마트는 안 됐고 중문동사무소인가 거기는 또 다른 공무원이 꽂아놓고 퇴근을 하셔서]

1박 2일의 여행 동안 12군데의 충전소를 찾아다닌 강 씨.

결국, 전기차는 마지막 충전소를 20m 앞두고 방전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 여자 : 전기차의 끝이 견인이었어요. 어떻게든 견인은 피해 보려고 했는데 결국 정말 그렇게 발악했는데 1박 2일 여행이요? 그냥 충전소 여행이죠 뭐]

과연,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까.

우리는 제주 7대 비경으로 소개된 관광지 인근 충전소를 직접 점검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제주의 중심, 한라산으로 가는 길목의 어리목휴게소.

달랑 하나뿐인 충전기는 이미 다른 차가 사용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차 주인이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인터뷰 / 여자 : 아까 충전해갔는데 지금 운전해 와보니까 안 돼(있어)서 재충전 눌렀어요.]

[인터뷰 / 기자 : 얼마 정도 충전하신 거예요?]

[인터뷰 / 여자 : 아까는 1시간 넘었죠, 불편해요 충전하는 데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한번 충전하는 데 최소 30분가량 걸리는 전기차.

A 씨의 충전 시간이 한참 남아 다른 충전소를 찾아가야만 했습니다.

바로 다음으로 찾아간 성산 일출봉에서도 충전소 때문에 불편을 겪는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렌터카 회사에 전기차밖에 남아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타게 됐다는 B 씨였는데요.

[인터뷰 / 남자 : 가족들 식사하라고 하고 나 혼자 충전하러 왔어요 (다른 전기차 운전자가) 끼워놓고 자기는 어디 간 거죠.]

[인터뷰 / 기자 : 기다리셔야겠네요.]

[인터뷰 / 남자 : 다른 곳 가든가 해야지]
설상가상. 충전기 자리가 났지만 B 씨의 차와 맞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 남자 : 충전하기 어렵잖아요. 충전소가 많으면 (좋겠어요. 주행 거리가) 짧은 대신 충전소가 많든지 길든지 둘 중 하나가 돼야 쓰지 이 정도 가지고는 전기차 빌려주면 안 되지]

다른 곳에서도 충전은 쉽지 않았습니다.

7곳 중 2곳은 아예 근방에 충전소가 없었고 3곳은 고장이 났거나 다른 차가 사용 중이었습니다.

바로 충전을 할 수 있었던 곳은 단 두 곳뿐.

우리는 7대 비경을 포함해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명소 116곳과 전기차 충전소 안내 사이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반경 1km 안에 충전소가 없는 관광지는 57곳으로절반 가까이에 달했습니다.

전기차를 타고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강현서 씨처럼 예정에도 없는 충전소 여행을 하게 될 판입니다.

[인터뷰 / 여자 : 어떻게 이렇게 관공서에서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에서 전기차를 보급하고 있는 굉장히 몇 년 전부터 홍보하고 그런 곳에서 어떻게 이러지? 그게 너무 의아한 거예요. 천혜의 자연을 품은 대한민국의 보물, 제주도. 그에 걸맞은 친환경 전기차 여행을 기대하기에 현실은 너무 멀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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