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청' 된 기상청...고가 장비에도 예보는 '깜깜'

'오보청' 된 기상청...고가 장비에도 예보는 '깜깜'

2016.08.25. 오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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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상청 날씨 예보가 자주 틀리다 보니 '오보청'에 '청개구리 예보'라는 비아냥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확한 예측을 한다며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장비까지 사들였지만 정작 결과를 판단할 예보관들의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번번이 예보가 빗나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아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기상청이 지난 2월부터 가동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누리'와 '미리'입니다.

가격만 무려 532억 원에 한 달 전기요금으로 2억 5천만 원이 들어갑니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국유재산 물품 가운데 가장 비싼 몸값입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런 슈퍼컴퓨터를 가동해 내놓은 예보는 실제 기온과 정반대로 흘러갔고, 이어 지난 24일까지 내놓은 폭염 해제 예보도 모두 빗나갔습니다.

[정현수 / 서울 전농동 : 시원해질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날씨가 그대로 유지되고 똑같이 덥고 그래서 조금 불만이 있는 것 같아요.]

[서흥민 / 서울 무악동 : 일기예보 보고 옷차림 결정하는데 예측이랑 다르니까 어떻게 입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예보가 정확하려면 슈퍼컴퓨터의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모델과 관측자료 그리고 예보관 능력,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슈퍼컴퓨터가 결과를 내놔도 이를 해석하고 판단할 베테랑 예보관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현재 기상청의 예보관은 모두 50여 명.

하지만 2, 3년마다 자리를 옮기는 순환보직 탓에 전문 예보관으로서 자리 잡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예보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분명합니다.

예측 정확도에 따른 상벌이 없다 보니 단순히 면피성 예보에 그치는 형국입니다.

[동종인 /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 전문직을 흡수해 양성할 수 있는 조직체계 개편이 필요하고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비 도입을 둘러싼 시비도 여전합니다.

기상청이 발주하는 용역을 두고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면서 기상청의 장비 도입 논란은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가 됐습니다.

[김용남 / 당시 새누리당 의원(2015년) : 기상 항공기를 큰돈 들여 도입하면서 과연 효과를 낼 수 있느냐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기억하시죠.]

이처럼 '오보청'에 '비리청'이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는 기상청.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국민의 신뢰는 당분간 저기압에 머물 것으로 보입니다.

YTN 최아영[cay2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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